세계 주요국가들, 소리없는 환율전쟁 재개

미국의 추가경기부양조치 추진에 달러화 가치 약세가 지속되면서 주요국가 통화당국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출처=하나은행, 네이버

 

[임정빈 선임기자]중국과 일본, 유럽연합(EU) 통화당국이 미국의 경기부양책 마련에 대응,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미국 달러화 대비 자국의 통화가치 절상에 대응한 조치여서 사실상 소리 없는 환율전쟁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 및 외신에 따르면 미국이 백악관과 여야 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한 추가부양안에 상당히 접근하자 달러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미국은 추가 부양안이 교착상태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액수를 늘려 제안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출처=미국 백악관

이에 대응, 다른 주요 지역 및 국가들이 통화정책 완화를 단행하고 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9일 역외시장에서 달러화대비 위안화 가치가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인민은행은 그 다음날인 10일 금융기관의 외환선물거래 관련 지급준비율을 낮춘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 가치가 안정됐지만 약달러 기조는 여전한 상황이다.

 

일본도 달러화 약세에 화들짝 놀라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신임 총리가 들어서긴 했지만 아베 전 총리의 경제기조였던 ‘약 엔화정책’을 계승하고 있는 상태다.

 

일본은행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이와 관련, 지난 12일 추가적인 완화정책을 강하게 시사하고 나섰다.

 

구로다 총재는 “코로나19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경제상황은 지난 2분기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주저하지 않고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단기금리가 이미 마이너스 영역에 있는 만큼 정책여력이 많이 소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구로다 총재의 발언은 외환시장에 대한 구두개입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인 ECB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오른쪽)가12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IMF 연례회의에서 완화정책을 밝히고 있다. 출처=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12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례회의에서 “유로존 경제가 코로나19 영향에서 회복되기 위해서는 유로존 각국 정부가 부양책을 조기 철회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EU는 지난 7월 7500억 유로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바 있고, ECB도 1조3000억 유로에 달하는 채권비상구매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있다.

 

그럼에도 라가르드 총재가 이끄는 ECB는 올해 안으로 추가적인 완화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독일을 제외한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외횐시장은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 역시 약 달러로 인한 유로화 강세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국 또는 역내 통화의 가치절상은 수출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각국별로 구두개입, 미세조정 또는 대규모 부양책 등이 나오면서 외환시장도 환율전쟁의 양상 속에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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