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전세대출 100조 육박…연내 105조 넘길 수도

‘임대차3법’ 후 전세가격 폭등세…전세대출도 함께 늘어
5년만에 전세 수급 상황 최악…“현 상황은 부르는 게 값”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안재성 기자]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총 1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급증세가 지속돼 연내 105조를 넘길 수도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특히 ‘6.17대책’과 ‘임대차3법’ 후 전셋값이 폭등 중인 데다 앞으로도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대출 역시 함께 급격히 불어나는 추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총 99조1623억원으로 전월말 대비 2조6911억원 늘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로 역대 두 번째 증가폭이다.

 

전세대출은 7월 2조201억원, 8월 2조4156억원 등 매월 2조원 이상의 급격한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7~9월은 전통적인 전세 비수기임에도 전세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주된 원인으로는 6.17 대책과 임대차3법 탓에 전셋값이 급격히 뛴 점이 꼽힌다. 전세보증금이 불어나니 세입자의 전세자금 부담도 확대돼 더 많은 돈을 빌리게 된 것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6.17 대책 이후 집값이 안정화되기는 커녕 30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부동산 투자)’ 풍조까지 일으키는 등 더 빠르게 상승하면서 전셋값도 함께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추세에 임대차3법이 기름을 부었다”고 판단했다.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3법 중 특히 세입자의 갱신청구권을 인정한 부분 때문에 전세계약 기간이 사실상 4년으로 늘었다. 때문에 임대인들이 4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반영하면서 전셋값이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8% 올라 67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멈춤 없이 오르기만 한 것이다.

 

또 9월 전국 주택 종합 전세가격지수는 0.53% 뛰어 2015년 4월(0.59%) 이후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현재 12개월 연속 오르는 중이다.

 

문제는 당분간 전셋값 폭등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21.4로 지난 2015년 12월 21일(122) 이후 4년 9개월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100을 기준으로 높을수록 수요 우위가 강하다는 의미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조사에서도 지난주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92.0에 달했다. 이 지수도 100을 기준으로 높을수록 전세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인데, 특히 지난 2013년 9월(196.9) 이후 7년만에 최고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등 수도권의 전셋값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듯 하다”며 “추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 상황에서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단기적으로 내놓을 대책이 별로 없다”면서 “공급 확대를 통한 전세 안정에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차3법 시행 영향으로 전세 부족이 심화한 상황에서 이사철까지 본격화하면서 전월세 문제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해결책을 찾겠다고 하지만 각종 규제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고민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전셋값은 내년 상반기까지 우상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셋값이 뛰어오를수록 전세대출 수요도 함께 불어날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전세대출 증가세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10월부터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됨에 따라 전세대출이 더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며 “연말까지 전세대출 잔액 105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seilen7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