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기획- V노믹스]‘현금 확보’ VS ‘투자 확대’…상반된 투자전략

“불황에는 현금 확보해야”…홈플러스 점포·SK네트웍스 사옥 매각
적극 투자 나서는 기업도…SK하이닉스, 인텔 낸드 부문 인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안재성 기자] 신종 코로나아비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상반된 투자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부 기업은 사옥, 점포 등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금 확보를 통해 성장기반을 안정화 시킨뒤 미래 성장동력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는 달리 우량 기업을 싼 값에 매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기도 한다.

 

◆ "사옥도 매각해라” 유동성 확보에 총력

 

일부 기업들은 사옥을 매각해 현금 확충에 나서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달 명동사옥을 900억5000만원에 매각했다.

 

LG그룹은 올해초 중국 거점 중 하나인 ‘LG 베이징 트윈타워’를 리코 창안 유한회사에 1조3707억원에 매각했다.

 

한화생명도 여수사옥 매각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분당과 부산 광복동 사옥도 재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채권단과 약속한 자구안의 일환으로 올해 자회사 등의 매각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미 모트롤BG 사업부·네오플럭스·두산솔루스·클럽모우CC·두산타워 등의 매각으로 1조4000억원 가량을 마련했다. 지난달 두산타워도 8000억원에 매각한 두산그룹은 최근 진행 중인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이 완료될 경우 채권단과 약속한 현금 3조원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1호점인 대구점 매각을 확정했다. 올해에만 벌써 경기도 안산점, 대전 방탄점, 대전 둔산점 등에 이어 4개째 점포 매각이다. 홈플러스는 올해 5개의 점포를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의 거듭된 점포 매각은 코로나19 등으로 악화된 현금흐름 여파다. 지난 5월말 기준 총차입금(리스부채 제외)만 2조3400억원인데 오프라인 매출이 급감하면서 점포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회사, 사옥 등의 매각으로 기업의 보유 현금이 늘면서 은행 예금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올해 9월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전달보다 7조1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월별 기준 최대 증가폭이다.

 

초저금리 도래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0%대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올해 8월말까지 2조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이는 유동자산 및 부동산 처분으로 생긴 기업의 현금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 자금 유입은 아직도 위축된 상황”이라며 “9월 유입된 자금은 대부분 기업·기관 자금”이라고 전했다.

 

◆ 우량 기업 헐값 인수 기회…M&A 속도

 

불황 국면을 기회로 보고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KB금융지주는 2조3400억원을 들여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했다. KB지주는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서 상대적으로 약한 생명보험 계열을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 3분기부터 푸르덴셜생명의 이익이 지주 결산에 포함됨에 따라 KB지주는 역대 최고 분기순이익(1조1666억원)을 기록했다.

 

배달 어플리케이션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대금만 약 4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M&A다.

 

배달의 민족은 현재 국내 배달앱 시장의 55.7%, 요기요는 33.5%를 차지하는 1·2위 업체다. 둘이 합쳐지면 시장점유율만 90%에 가까운, ‘공룡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90억달러(한화 약 10조3000억원)를 들여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D램 반도체의 강자인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합병(M&A)을 통해 D램과 낸드플래시 간 균형 잡힌 성장을 꾀할 계획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번 M&A로 SK하이닉스의 낸드 매출을 향후 5년 내에 3배 이상 성장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증권사들은 해외 부동산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코로나19의 수혜가 예상되는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등이 인기를 끌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샌타애나에 위치한 지하 2층, 지상 9층의 오피스 건물을 8825만달러(한화 약 1000억원)에 사들였다. 또 타이거대체운용 등과 손잡고 미국 최대 건축자재 유통업체 홈디포의 한 물류센터를 2억6482만달러(한화 약 3000억원)에 매입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7월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문 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사모펀드에 1100억원의 자금을 출자했다. 6월에는 NH투자증권과 힘을 합쳐 독일 도르트문트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를 약 700억원에 매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초 AMP캐피털과 제휴해 미국 데이터센터 운영회사 익스피디언트에 대해 9110억원 가량의 투자를 실행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상반기 덴마크 최대 물류·운송기업 DSV의 본사 겸 물류센터의 지분 48%를 1200억원에 사들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흔히 불황기에는 현금 확보가 정석이라고 일컬어지지만 동시에 우량 자산을 싼 값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몇 년 후의 결과로 승자가 가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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