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재무장관에 옐런 전 연준의장 낙점…美경제정책이 달라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무장관에 재닛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낙점한 것으로 전해져 향후 변화가 주목된다. 출처=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임정빈 선임기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닛 옐런(74)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차기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낙점한 것으로 전해져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옐런 전 연준 의장를 재무장관에 임명한 것은 단순히 최고의 통화정책 전문가를 영입한다는 차원을 넘어 미국의 새로운 경제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 AP, 악시오스 등 주요 매체들은 바이든 당선인이 오는 26일 발표하겠다던 재무장관 후보가 옐런 전 의장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다수의 소스를 인용, 보도했다.

 

이로써 옐런 전 의장은 공식 지명되면 상원 인준을 거쳐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이 될 전망이다. 또 미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연준 의장),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모두 역임한 최초의 인물이 될 예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통화정책을 지휘한 그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노동시장 개선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시장의 호응이 큰 편이다.

 

더욱이 사업가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달리 바이든 당선인이 외교통이라는 점에서 행정부 내 옐런 전 의장의 위상은 어느 때보다 커질 전망이다.

 

그는 연준 의장 후임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소통을 원활히 유지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미국경제의 회생시키는 경제수장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옐런 전 의장이 앞으로 펼쳐나갈 정책은 지난 4년간 미국의 경제정책과는 사뭇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외부적으로는 관세정책을 강화하면서 기존의 글로벌 공급사슬을 끊어 외부기업을 미국 내로 유치했다. 내부적으로는 초저금리 기조 속에 증권 등 자본시장과 소비를 키워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레이거노믹스와 같이 예산보다는 통화를 부풀리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옐런 전 의장을 낙점함으로써 이와는 전혀 다른 길을 택할 것이 확실해졌다.

 

옐런 전 의장은 그동안 저금리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저금리 탈피를 내세우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초 미국 전미경제학회(American Economic Association)에서 미국 등 서방경제가 일본화(Japanification)의 길을 걷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저금리는 낮은 생산성에 기인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생산성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인플레가 유발되고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논지를 폈다.

 

또 중앙은행의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재정부담은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저금리가 지속되는 한에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재정 부담도 제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오른쪽)이 전임자인 벤 버냉키 전 의장과 지난 10월3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정책세미나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출처=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옐런 전 의장은 또 지난 2월 세계은행 포럼에서 관세 문제와 관련, 통화가치 상승 시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관세 폭탄은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를 종합하면 결국 바이든 정권 초기에는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해 인플레를 유발하면서 연준의 자연스러운 금리 인상으로 유도하고, 결국 강달러를 용인하겠다는 정책으로 요약된다.

 

트럼프 경제정책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미국 중간층 및 그 이하 소득층의 소비여력을 늘려주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그는 이와 관련, 지출은 소득에 바탕을 둔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서 기본소득의 인상 가능성도 주목할 부분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측면에서 극단적으로 전개될 분야는 기후관련정책으로 꼽힌다.

 

옐런 전 의장은 “기후변화를 막는데 있어서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억제하기 위해 혁신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배출되는 탄소에 대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를 통해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 민간자본을 대거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전통적인 일자리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교육과 훈련, 사회안전망 등을 개선해 양극화를 해소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어 주목된다.

 

우리나라로서도 강달러가 그리 낯설지 않은 정책이긴 하지만 금리 상승에도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탄소에 세금이나 가치를 부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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