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첫 상장사는 어디?…쿠팡·티몬·11번가 IPO 잰걸음

자금 유치 통한 이커머스 시장 주도권 싸움 치열
자금난 해소·투자금 회수 등 상장 추진 속내 제각각

쿠팡의 로켓배송 차량. 쿠팡 제공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국내 이커머스 ‘상장 1호’ 타이틀은 누가 거머쥐게 될까.

 

최근 쿠팡 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큰 틀에선 대규모 자금 유치를 통해 유통 시장 내 지배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자금난 해소, 대주주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및 사업다각화 등 각기 다른 속사정도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내년 경 IPO를 공식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쿠팡이 지난 8월 미국 뉴욕에서 현지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나스닥 상장설이 나온다. 현재 쿠팡 지분은 쿠팡엘엘씨가 100% 보유 중인데, 나스닥 상장은 지배기업이 위치한 미국에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쿠팡은 빠른 배송을 내건 ‘로켓배송’ 및 규모의 경제를 차별화 경쟁력으로 이커머스 시장 내 지배력을 다져나가고 있다. ‘쿠팡페이’, ‘쿠팡이츠’뿐만 아니라 OTT(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쿠팡의 매출은 7조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속되는 대규모 적자 탓에 사업 지속성을 향한 우려섞인 분석도 끊이지 않는다.

 

 연이은 거물급 외부인사 영입도 상장 추진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읽힌다. 쿠팡은 지난해 미국 월마트에서 부사장을 지낸 제이 조그렌센이를 최고법률책임자 겸 최고준법감시인(CCO)으로, 한국·미국·유럽의 글로벌 상장사와 비상장사에서 활동한 재무 전문가 알베르토 포나로를 최고재무관리자(CFO)로 영입했다. 

 

 티몬은 지난해 4월 미래에셋대우를 상장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IPO를 추진 중이다. 티몬의 IPO 추진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엑시트 성격이 짙다. 현재 이들 사모펀드가 설립한 몬스터홀딩스는 티몬의 지분 98.38%를 보유 중이다. 티몬은 지난달 전인천 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CFO를 신임 재무부문장 부사장에 선임하며 IPO에 속도를 내고 있다.

티몬 사옥 내부. 티몬 제공

 티몬의 IPO 방식은 이른바 ‘테슬라 요건 상장(이익미실현 기업 특례상장)’이 유력하다. 티몬은 매해 10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 중인데, 현재로선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이익, 평균 매출증가율 등 한국거래소가 요구하는 일반기업의 코스닥 상장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테슬라 요건 상장은 적자 상태의 기업이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가총액, 자기자본, 매출액 등의 요건을 갖추면 코스닥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발굴하자는 취지로 지난 2016년 도입됐다. 카페24, 제테마, 리메드가 이 같은 방식으로 상장했다. 물론 이런 제도가 티몬에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티몬이 가진 서비스가 뚜렷한 차별점을 지녔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자회사 11번가의 상장 추진을 공식화했다. SK텔레콤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원스토어, ADT캡스, 웨이브, 11번가 등의 IPO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어 “11번가의 성장과 수익을 모두 고려하는 전략을 지속해 올해 연간 거래액 성장과 손익분기점(BEP) 수준의 이익 달성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11번가는 지난해 14억 원의 흑자를 냈다.

11번가의 대표 쇼핑 이벤트 ‘십일절 페스티벌’ . 11번가 제공

11번가의 IPO 추진이 아마존과의 사업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1번가는 지난달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는데, 아마존은 사업성과에 따라 향후 11번가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받았다. 11번가의 상장 시기는 2023년 경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증권은 “아마존과 11번가 간 협력에 따라 향후 아마존 상품을 11번가를 통해 직구하는 형태의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며 “양사 간 협업은 오픈마켓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유통 이외에 통신,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SK텔레콤과 아마존이 협력을 강화해나갈 거라고 보고 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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