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중대재해법 통과 유감, 기업 범죄자 낙인 우려“

김상수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사진=대한건설협회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건설업계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국회 통과를 두고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10일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중대재해법 입법은 한쪽에 치우친 여론에 기댄 입법”이라며 “헌법과 형사법에 명시된 과잉금지 원칙과 명확성 원칙 등에 정면으로 배치됨에도 이를 무시하고 법을 제정했다”고 성토했다.

 

중대재해법은 산재나 사고로 사망자가 나오면 안전조치를 미흡하게 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인이나 기관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며, 중대 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법인이 최대 5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건단연은 해당 법안이 기업과 기업인을 처벌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년 이상 징역과 같은 하한형의 형벌은 고의범에 부과하는 형벌 방식인데,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모두 과실에 의한 것임에도 이 같은 형벌을 가하도록 무리수를 뒀다는 게 건단연의 입장이다.

 

또 기업에 대해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하면서 사고방지를 위한 기업의 노력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이를 감안해 주려는 고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부터 사망사고 처벌을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어 중복 처벌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건단연에 따르면 건설업은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의 건설현장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도 10위 이내 업체의 건설 현장수가 업체당 무려 270개에 달한다. 여기에는 67개의 해외현장도 포함돼 있다. 아파트의 경우 대형업체는 아파트 현장이 상시 50개 정도 가동되는데, 1개 현장당 일 투입 근로자가 최소한 500~000명에 달한다. 전체적으로는 하루에 2만5000~5만명의 근로자가 투입되는 셈이다.

 

건단연은 “현장에 상주한다 하더라도 정부의 시스템적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안전관리를 하는 것이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인데, 현장상주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CEO가 개별현장의 안전을 일일이 챙기는 것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건단연 관계자는 “중대재해 발생에 대해 기업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면 기업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기업이나 CEO 통제범위 밖에 있는 일로 처벌을 받아야 하니 불안해서 기업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건단연은 국내 건설업체들도 안전사고 감소를 위해 법령 준수와 자율적 투자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부적으로 CEO 주관 특별점검 및 스마트 안전시스템 구축, 무재해 펀드(Fund) 조성, 안전체험학교 건립, 직책별 안전교육, 신규 협력업체 대표자 안전교육 및 협력업체 현장소장 직무교육, 안전우수 협력업체 포상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 차원에선 업계 공동 결의대회, 안전관리 매뉴얼 제작 및 배포 등을 병행하고 있다.

 

건단연은 “그동안 국내에선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기업에 대한 처벌 위주의 정책을 펼쳐 왔지만 재해 발생이 크게 줄지 않고 있다”며 “산업안전 정책의 패러다임이 ‘사후처벌’에서 ‘사전예방’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단연은 이번 입법이 충분한 논의 없이 시간에 쫓기듯 이뤄진 것으로 법 시행 전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일반 다수가 수용 가능한 방향으로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당 법안이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을 모태한 것임에도, 해당 법안에 없는 CEO에 대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대재해법에서도 CEO에 대한 형벌을 없애고, 하한형 형벌은 상한형 방식으로 고쳐야 한다는 게 건단연의 입장이다.

 

김상수 건단연 회장은 “영국은 기업과실치사법을 제정하는 데 13년이나 걸렸다”며 “국회에서 통과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과잉처벌 등 법안의 문제점을 해소한 후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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