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기자] 인천에 거주하는 교사 A모 씨(42)는 평소 자주 체하는 편이라 소화제를 자주 복용한다.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가벼운 역류성식도염이나 위염 외에 이상은 발견되지 않는데 약을 복용할 정도는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스스로 불편하다.
식사 후에는 늘 속이 더부룩하고 미식거려서 식사를 거를 때가 많다. 이렇다보니 항상 저체중이고 주위에서 어디 아프냐는 소리를 자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다. 고민하던 중 한의원을 찾은 A씨는 담적병으로 인한 만성 체증으로 진단받았다.이후 증상이 회복돼 삶의 질이 크게 높아졌다.
체증은 일상 생활 중 흔하게 경험할 수 있고 소화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호전되기도 하지만 문제는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자주 체하는 경우다. 내시경이나 초음파 같은 검사에서 원인이 진단되면 치료를 하겠지만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대증 치료를 하며 답답해하는 환자들이 많다.
박지영 부천 으뜸한의원 원장(한의학박사)은 “현대 한의학에서는 만성 체증의 근본 원인과 자주체하는이유를 위장에 발생하는 노폐물의 일종인 담적(痰積)으로 보고 있다”며 “담적이란 소화 작용 이후에도 위장 내부에 잔류하는 찌꺼기를 말하는데, 담적이 장기간 적층되면 위장 외벽을 딱딱하게 응고시켜 위장의 기능 저하를 불러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담적은 위장의 기능성질환으로 내시경이나 초음파 같은 영상의학검사에서는 진단이 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담적에서 발생하는 독소로 인해 파생되는 각종 전신 불편 증세를 담적병(痰積病, 담적증) 또는 담적증후군이라 한다.

다음은 박지영 원장이 꼽는 대표적인 담적병 증상들이다. 첫째, 소화기 증상으로 명치와 배꼽 사이가 더부룩하고 덩어리처럼 딱딱한 게 만져지고 속이 자주 메슥거리고 울렁거린다. 트림이 수시로 나고 가스가 자주 차며, 설사와 변비 등이 반복된다.
둘째로 신경계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가령 머리가 무겁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이 잦고, 자주 어지럽거나, 가슴이 답답하면서 심장이 두근거린다.
순환계 증상도 나타난다. 신장기능은 정상인데 얼굴이나 손발이 잘 붓고, 등이나 어깨, 옆구리가 자주 결리고 뻐근하며, 항상 몸이 무겁고 피곤한 만성피로 증상이 있다.
마지막으로, 비뇨생식기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우선 소변양은 적은데 자주 마렵거나, 남성의 경우 성욕이 감소하고 성기능이 떨어지며 여성은 냉대하가 늘어난다.
박 원장은 “위의 증상 중 5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담적병을 의심하고 한의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담적병 치료는 경락기능검사를 통해 전반적인 스트레스와 피로도를 측정하고 복진, 설진, 맥진, 병력청취를 통한 입체적인 진단에서 시작된다. 환자의 위장에 쌓인 담적의 누적 상태를 파악하며, 환자의 증상과 체질에 적합하게 처방된 담적병 한약을 통해 위장 기능을 활성화하여 소화 기능을 재건하며, 온열 요법과 침치료, 약침치료를 통해 위장과 전신의 경락순환을 돕는다.
박지영 원장은 “담적으로 인한 소화 기능의 저하가 위장 장애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담적의 생성을 유발하여 만성적인 체증의 원인이 된다”며 “혈관과 림프액을 통해 퍼져나가는 담적 독소는 체증을 비롯하여 과민성대장증후군, 장상피화생, 만성피로증후군, 역류성식도염 등의 증상을 야기할 수 있어 초기에 증상을 치료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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