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색] 이장철 ㈜한화 불꽃프로모션팀 차장 “불꽃축제, 이젠 문화콘텐츠로 바라봐야”

20년째 대형 불꽃축제 기획 및 연출…한해 10개 넘는 불꽃행사 담당
불꽃축제의 콘텐츠 및 문화상품으로서의 특성에 관심가져야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불꽃축제는 단순한 놀이가 아닙니다. 문화예술의 한 장르로 바라봐야 합니다.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낼 문화콘텐츠로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죠.”

 

㈜한화 불꽃프로모션팀 소속 이장철 차장은 18일 세계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불꽃놀이는 전 세계 남녀노소 누구나 희열을 느끼는 이벤트”라면서 “앞으로 불꽃놀이를 불꽃과 음악 및 다양한 행사를 곁들인 불꽃축제에서 더 나아가, 관광 활성화 등의 효과를 내는 하나의문화상품으로 키워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격포 연구원에서 ‘스카이 아티스트’로

“불꽃축제 기획자는 ‘하늘’이라는 검은 도화지에 불꽃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점에서 일종의 ‘스카이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겠죠?” 이 차장은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후 지난 2000년 박격포 기술 연구를 위한 연구원으로 한화 중앙연구소로 입사했다. 그러다 ‘관람객’으로 참여한 제1회 서울세계불꽃축제에 매료됐고, 이듬해 연화사업부(현 불꽃프로모션팀)로 부서를 옮겼다. 그는 “박격포와 불꽃은 포물선을 그려 날아가 제 목적을 달성한다는 점에서 기본원리가 같다”며 “기왕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업무를 담당하고 싶었다”며 당시 부서 이동의 배경을 전했다. 그는 수많은 불꽃놀이 행사를 기획하면서 지난 2017년엔 예술경영학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한화 불꽃프로모션팀 소속 이장철 차장은 “불꽃축제 기획자는 밤하늘을 불꽃으로 수놓는 일종의 ‘스카이 아티스트’”라며 “앞으로는 불꽃축제를 문화, 예술, 관광 등을 아우르는 복합 콘텐츠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 제공

지난 20여년 간 웬만한 국내 대형 불꽃축제는 이 차장의 손을 거쳤다. 2002년 한·일월드컵, 부산 아시안게임 개·폐막식,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05년 APEC정상회의 경축행사에서부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등 굵직굵직한 국가 대형행사의 불꽃축제를 기획했다. 흔히들 서울세계불꽃축제, 부산불꽃축제, 포항불꽃축제, 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를 국내 4대 불꽃축제로 꼽는데, 이들 행사를 모두 기획해본 인물은 이 차장이 유일하다.

 

특히 2017년 처음 시작된 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이 차장이 참여했다. 그는 “두바이 부르즈할리파 개관 기념 불꽃쇼를 본 후 이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며 “도심 소재 초대형 건물에서 불꽃을 쏜다는 점이 여타 불꽃축제와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그가 속한 불꽃프로모션팀은 한 해에 10~15개의 불꽃행사를 기획해 연출한다. 한화그룹의 대표적 사회공헌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방산기업으로 출발한 기업 특성을 살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다양한 불꽃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한화그룹이 진행해온 서울세계불꽃축제는 행사 규모 및 기획력 측면에서 전 세계 내로라하는 불꽃축제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미국, 중국, 일본, 이탈리아 등 세계 유수의 불꽃팀을 초청해 서로의 불꽃과 음악 등 기획성 및 예술성을 감상하는 방식 또한 행사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이 행사는 메인프로그램인 불꽃쇼뿐만 아니라 체험행사, 전시회, 문화공연 등 다양한 부대 콘텐츠를 늘려나가며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축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불꽃축제는 문화상품…“코로나19로 지친 이들에게 기쁨 주고파”

 

특히 이 차장은 앞으로 불꽃축제의 콘텐츠적 의미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과거 불꽃놀이는 광복절과 같은 기념일 때 축포로서 기능했다. 하지만 서울세계불꽃축제 이후 불꽃놀이가 하나의 ‘콘텐츠’이자 ‘문화상품’으로 발전했다는 게 이 차장의 설명이다.

 

그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 ‘불꽃축제를 활용한 관광자원 개발 가능성 고찰-축제의 유료화에 대한 관광객 만족도를 중심으로’를 통해 부산불꽃축제를 활용한 관광자원 개발의 가능성을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 2005년 국가적 행사인 APEC경축행사로 불꽃축제가 열린 뒤, 이듬해부터 한화와 부산시는 불꽃축제를 정례화했다. 당시 세금 낭비 등의 부정적 여론도 일부 있지만, 지금은 부산불꽃축제가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창출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부산 대표 관광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더 이상 불꽃축제가 단순히 행사를 즐기는 놀이에서 그쳐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불꽃을 음악에 맞춰서 하나의 쇼로 만드는, 즉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는 데 힘써왔습니다. 불꽃축제는 남녀노소 및 인종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좋아합니다. 시민들이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이 먹고, 자고, 관광하러 오는 부수적 효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앞으로는 불꽃축제 제반 환경개선을 비롯해 구전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마케팅 등을 통해 불꽃축제를 관광자원으로 적극 개발해야 합니다.”

지난 2000년 처음 시작된 서울세계불꽃축제는 어느덧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축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한화 제공

 

이러한 의미에서 일본 아키타현 다이센시 오마가리에서 열리는 불꽃축제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오마가리는 인구 6만 명의 소도시이지만 불꽃축제가 열리는 때면 70만 명이 넘는 인파가 일본 각지에서 모여든다. 오마가리는 유료좌석 판매, 캐릭터 상품 제작 등 불꽃축제를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끌어올렸다. 이 곳 불꽃축제의 역사는 100년을 훌쩍 넘는다.

 

끝으로 이 차장은 코로나19로 힘든 시민들에게 불꽃놀이를 통해 기쁨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거리두기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한화그룹의 불꽃축제 역시 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해 불꽃놀이를 보다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연구 중”이라면서 “국내에서 불꽃행사가 액운을 몰아내고 한해 희망을 희구한 데서 유래한 것처럼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에게 불꽃축제를 통해 기쁨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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