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에도 이상없는 소화불량·어지럼증… 담적병 탓

[정희원 기자] 경기 부천에 거주중인 취업준비생 A모 씨(27)는 기대했던 회사 입사시험에서 연이어 낙방하면서 소화불량 증상과 식사 후 심한 어지럼증이 지속돼 병원을 찾았다. 내시경 검사와 복부초음파, 머리MRI 등 각종 검사에 나섰지만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성위염’으로 진단받았다. 처방약을 복용하면 낮에 졸리고 어지럼증이나 소화불량은 개선되지 않아 답답하다. 

 

기능성 질환은 원인 질환을 특정하기 힘들고 병인을 발견하기 쉽지 않아, 치료법 또한 구체적으로 설정하기 힘든 게 특징이다. 각종 검사에서 이상 없는 기능성 질환에 대한 속 시원한 치료방법은 없는 것일까? 

 

박지영 부천으뜸한의원 원장(한의학박사)은 “만성 소화불량, 어지럼증 등은 한의학적으로는 위장 내부의 노폐물 누적으로 인한 소화 기능의 약화와 각종 파생 질환들의 복합적인 발병을 특징으로 하는 담적병(痰積病)이 원인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담적은 체질적인 비위허약(脾胃虛弱), 잘못된 식습관, 만성피로, 심한 스트레스로 위장기능이 떨어지면서 음식물이 위장에 오래 정체돼 장 외벽에 쌓인 노폐물을 말한다. 담적은 그 자체로도 위장벽을 굳게 만들어 소화불량 증상을 발생시킬뿐 아니라, 담적 독소를 전신에 퍼뜨려 다양한 증상을 만드는 악순환을 이룬다. 

 

담적은 일차적으로 위장의 연동운동을 저하시켜 목이물감, 속쓰림, 가슴쓰림, 명치통증, 복부팽만감, 복부가스, 변비, 설사와 같은 소화기 증상을 유발한다. 

 

담적이 혈액과 림프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면 원인모를 두통, 어지럼증, 수족냉증, 이명, 불면증, 우울증, 만성피로 증상, 여성의 경우 생리통, 생리불순, 남성의 경우 성욕저하, 성기능감퇴와 같은 다양한 전신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담적이 유발하는 이러한 다양한 증상을 담적병 혹은 담적증후군이라고 한다. 

 

한방에서 담적병 치료는 진맥·진찰을 시작으로 이뤄진다. 환자의 스트레스와 피로도 및 경락 기능 검사에도 나선다. 세밀한 진단과 한약 처방, 침치료의 과정으로 이뤄진다.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사후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이를 통해 담적의 누적 정도를 파악하고 적합한 담적병 한약 처방을 통해 굳은 위장벽을 풀고 담적과 유해 독소를 제거한다. 침치료로 경락순환을 촉진하고, 필요에 따라 약침치료를 병행해 위장 기능을 회복시킨다. 담적병의 증상 정도와 환자의 체질에 따라 치료에 6개월이상 걸릴 수 있다.  

 

박지영 원장은 “담적은 위장 점막과 외부 근육층 사이에 침윤해 영상학적 진단이 어려우며, 특유의 응고 작용으로 소화 기능을 떨어뜨리고 유해 독소를 발생시켜 환자를 괴롭히게 된다”며 “평소에 금연과 금주를 생활화 하고, 과식과 폭식을 자제하는 등의 생활습관 개선으로 위장을 보호하는 노력이 건강을 지키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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