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미세 긴축 단행…엔저 포기했나?

극단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왔던 일본은행이 19일 다소 긴축성향의 미세조정조치를 내놔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출처=일본은행

[임정빈 선임기자]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하한선을 폐지하고 국채 장기물 금리 상하한 변동폭을 종전보다 0.05%포인트(p) 확대했다.

 

이는 통화정책 프레임 상으로 볼 때 미세한 조정이기는 하지만 금융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긴축으로 한 발짝 내딛은 조치여서 파장이 적지 않다.

 

19일 금융권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단기금리를 –0.1%, 장기금리를 0%로 결정, 기존의 금융완화정책 골간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일본 통화정책의 특징으로 유명한 수익률 곡선 통제(YCC: Yield Curve Control) 정책을 완화했다.

 

일본 국채 수익률 변동폭을 상하 0.05%p씩 확대함으로써 통화정책을 보다 유연하게 펴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는 일본 국채 수익률 상승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일본 국채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일본은행이 국채 수익률 상승을 용인한 셈인데, 이는 앞으로 다가올 강한 경기반등과 인플레이션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강타한 지난해 상반기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3분기에는 5.3%, 4분기 2.8%로 강한 경제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은행까지 이를 감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제성장 전망 상향 조치를 본 후 선제적으로 미세한 통화긴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주요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행이 이날 회의를 통해 기존에 6조엔으로 설정됐던 ETF 매입 하한선을 폐지한 것도 일본의 통화정책 흐름을 바꿨다는 점에서 중요한 대목이다.

 

일본은행은 꾸준히 증시를 부양해야 할 필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판단 하에 해마다 6조엔을 반드시 사줘야 하는 의무를 아예 없앴다는 것이다.

 

다만 12조엔에 이르는 ETF 매입 상한선은 유지함으로써 유사시 대응방안은 그대로 지속하기로 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일본은행이 미래에 닥치게 될 인플레이션 등 어려움을 미리 대비하기 위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일본은행이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는 엔저 정책목표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글로벌 투자은행들 대다수의 판단이다.

 

미국 국채로 투자될 엔화자금이 일본 국채로 회귀함으로써 엔화 강세를 유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달러/엔 환율은 전일 달러당 109엔대에서 19일 108엔대로 하락, 엔화가 다소 강세로 돌아서고 있다.

 

19일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3시30분 현재 100엔당 1039.01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무려 6.91원 오른 시세에 거래되고 있다.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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