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한준호 기자] “안 되는 이유 백 가지를 찾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해야 되는 이유 한 가지를 위해 바로 나설 수 있어야 합니다.”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해 초 신년 메시지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 발언에서 5일 LG전자가 이사회를 통해 모바일 사업 철수를 전격 결정한 이유를 엿볼 수 있다.
끊임없이 안되는 이유를 분석해 소비자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LG전자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은 끝없이 추락했다. 5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10%였다. 지난해 1월 점유율이 18%, 2월 14%였던 것과 비교하면 각 8%포인트, 4%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LG전자의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LG전자 전체 수익을 갉아먹는 골칫덩어리였다.
해당 메시지에서 구광모 대표는 이제 접어야 할 때 바로 접어버릴 줄 아는 실천력을 통해 선택과 집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재계는 LG전자의 이번 철수 결정도 이러한 구광모 대표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도 구광모 대표는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을 강조했다. 경쟁력을 잃은 모바일 사업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새로운 미래 먹거리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였다. 지난달 26일 열린 제59기 LG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면 메시지에서 구 대표는 “지난해는 자회사들과 함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핵심 사업을 정비했으며, 주력사업과 성장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했다”며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완벽한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며 고객 중심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전을 쉼 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LG전자는 기존 가전제품의 고급화 전략을 더욱 강하게 밀고 나가고 자동차 부품이나 전기차 관련 부품과 시스템, 그리고 소프트웨어까지 미래 먹거리를 향해 잰걸음을 보일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가 빠지면서 앞으로 삼성전자의 독주가 예상된다. LG전자 스마트폰처럼 삼성전자 스마트폰 역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기에 소비자들도 애플 아이폰보다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의 단말 수급 계약 등에서 통신사의 교섭력이 매우 떨어지고, 가격 책정이나 프로모션에서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은 사실상 점유율이 20% 선에 그치고 있고 나머지를 삼성전자가 다 가져가게 되면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실종으로 출고가가 높아지거나 저성능의 상품만 출시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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