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프리미엄 주방용품이 떠오르고 있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집에서 레스토랑급 요리를 즐기려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더 섬세한 조리를 도울 수 있는 주방용품의 수요가 커지면서다.
코로나 사태 이전 파인다이닝·미식을 즐기던 소비자 중에는 ‘유명 셰프’에서 ‘명품 주방용품’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프리미엄 주방용품 시장 규모는 약 1500~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서도 ‘명품 칼’의 수요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모든 쿡방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셰프들의 현란한 칼솜씨를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칼에 눈길이 간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어떤 칼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요리가 달라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요리의 기본은 ‘식재료 손질’이다. 다양한 특성의 식재료와 커팅 동작에 따른 적합한 칼날이 존재한다.
가령, 얼린 고기를 자를 때에는 ‘중식도’나 ‘톱니용 칼’을 써야 힘이 덜 든다. 칼 손상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면 얼리지 않은 생고기나 야채를 다룰 때에는 전반적으로 식도를 사용하면 된다.
과일과 작은 야채, 허브 등을 손질할 때에는 과도를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 슬라이스 칼은 햄이나 치즈를 썰 때 주로 사용한다.
위생 측면에서도 식재료마다 각각 다른 칼을 사용하는 게 좋다. 식재료 본연의 향이 다른 식재료에 베면 요리 맛과 향을 떨어뜨리게 된다. 셰프들이 다양한 칼을 구비하고 사용하는 이유다.
대다수 셰프들은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듯 칼갈이(연마)에 나선 뒤 비로소 요리를 시작한다. 연마 과정을 통해 칼날을 최대한 날카롭게 유지함으로써 식재료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이같은 차이는 ‘풍부한 맛’을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 유명 셰프들이 명품 칼을 구입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일반인도 명품 칼을 사용하면 음식의 풍미를 더 높일 수 있다.
단, 이같은 칼 구입을 결심했다면 ‘장인’을 찾아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칼가네’는 43년간 가업을 통해 전통을 이어오며 칼 연마부터 수선, 맞춤 칼 제작에 나서고 있다. 정장을 맞추듯 셰프들이 원하는 용도에 맞게 칼을 제작하거나, 이들이 원하는 해외 명품 칼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이연복 셰프의 시그니처 중식도로 유명한 칼 브랜드 ‘슌(shun)’ 뿐 아니라 일식 세프들이 애용하는 하이스강재(쇠를 뚫고 깍는 쇠) 제품, 한식 세프들이 애용하는 다마스커스 제품 등 명품 칼을 만날 수 있다. 단순 판매에 그치지 않고 오랜 노하우를 통한 칼 연마 애프터서비스도 제공해 만족도가 높다.
칼가네 관계자는 “최근 일반 가정에서도 명품 칼을 구입하려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런 칼은 구매 후 관리가 쉽지 않다보니 재연마 서비스 등 A·S 관리가 가능한 곳을 찾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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