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이 쏘아올린 작은 공… 부동산 중개전쟁 개전

서울 강남의 공인중개업소.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국내 최대 부동산 정보 플랫폼인 직방이 오프라인 중개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부동산 중개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기존 공인중개사들은 자본력을 갖춘 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직방은 직접적인 중개 서비스가 아닌 공인중개사들과의 공동중개를 통한 수익 분배 방식이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제2의 타다’ 사태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비스 개시 10주년을 맞아 직방은 최근 미디어데이 행사를 갖고 본격적인 부동산 중개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날 직방이 내놓은 ‘온택트 파트너스’ 사업 모델은 공인중개사를 비롯한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이 직방을 디지털 도구로 활용해 비대면(온라인)으로 부동산 정보조회·매매·계약·수리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 개념을 도입한 중개 플랫폼을 통하면 발품을 팔지 않고 클릭 한 번으로 VR 영상을 통해 올려진 매물의 내·외부를 3차원(3D)으로 둘러볼 수 있다.

 

현장 방문 없이 시간대별 일조량까지 포함한 매물 관련 상세한 정보를 확인 가능하고 실제 매물만 VR 영상을 찍어 올리기 때문에 허위 매물을 근절하는 효과도 있다는 게 직방 측의 설명이다. 또 부동산 계약시엔 공동 날인을 통해 직방이 계약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

 

플랫폼을 통해 거래가 성사되면 직방은 파트너 공인중개사들로부터 소정의 이용료를 받는다. 직방은 이미 개업한 중개사뿐만 아니라 자격증만 보유한 중개사들과도 폭넓게 제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신규 창업 중개사에게는 전속 제휴 기간인 첫 1년 동안 최소 5000만원의 수익을 보장하는 당근책도 제시했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기존 공인중개사들의 반발 우려에 대해 “직접 중개는 중개사 없이 직거래를 하거나 직접 채용을 통해 중개를 하는 형태인데 직방은 중개사들을 서포트하며 같이 가겠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같은 직방의 행보를 보는 공인중개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표면상으로는 파트너십 형태이지만 결국 한정된 시장을 두고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기존 공인중개사들의 입장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는 소비자(중개 의뢰인)에게 중개매물을 안내하는 데 도움을 주고, 효율적으로 홍보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직방이 파트너십을 거론하지만 사실상 자회사를 통해 중개 시장에 직접 뛰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37)는 “이미 부동산 중개 시장에서 플랫폼 기업과 공인중개사들 간 갑을 관계가 있었는데, 직방의 오프라인 시장 진출로 이런 상황이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직방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운영하는 중개사무소는 사실상 몇 년 안에 대부분 사장되지 않겠나”라며 “또 직방이 ‘온택트 파트너스’에 등록한 중개업소들을 우선적으로 상단에 노출시키는 등 조취를 취할 경우 공인중개사들의 플랫폼 종속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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