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2조 대우건설, 매각 ‘흑역사’ 극복할까

중흥그룹 우세 속 DS네트웍스·호반건설 등 참여 저울질
대우건설 몸값 2조 이상으로 뛰어… '승자의 저주' 우려도

대우건설 사옥 전경. 사진=대우건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대우건설은 매각 ‘흑역사’를 극복할 수 있을까. 작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순위 6위인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 건설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전부터 참여 의사를 밝혀왔던 중흥그룹과 DS네트웍스 외에 3년 전 인수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호반건설, 외국계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투자청(ADIA) 등의 참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치열한 4파전이 예고되고 있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지분 50.75%를 보유한 최대 주주 KDB인베스트먼트는 25일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들어간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주당 9500원 수준의 최저입찰가를 정했다. 대우건설 현재 주가는 지난 22일 종가 기준 8950원으로, KDB인베스트먼트 보유지분(50.75%)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한 예상 매각가는 약 2조원 수준이다.

 

대우건설은 최근 어닝서프라이즈(실적급등)를 잇따라 기록하며 기업가치를 높여왔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533억원으로 전년 대비 53.3%나 뛰었다. 이에 건설업계에선 약 30%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대우건설의 몸값이 2조3000억원 이상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대우건설 인수전은 일찌감치 유력 기업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며 일단 흥행에 성공한 분위기다. 중흥그룹은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시공능력평가 15위인 중흥토건과 35위 중흥건설 등 30여개 주택·건설·토목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건설사다.

 

창업주인 정창선 회장의 대우건설 인수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자산총액은 9조2070억원, 재계 순위는 47위다. 대우건설 인수 성공 시 자산은 19조540억원, 재계서열 21위로 껑충 뛰게 된다.

 

부동산 디벨로퍼인 DS네트웍스는 사모펀드 운용사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인프라 전문 투자사 IPM과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전에 뛰어들 계획이다. 이들은 앞서 삼환기업, 두산건설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호반건설의 재도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그동안 기업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호반그룹은 2018년 1월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도 선정된 바 있다. 호반은 경영권 프리미엄 25~29%를 적용해 1조6000억원의 가격을 제시했는데, 당시 대우건설의 실적 전망이 좋지 않았고 주가가 5000원대로 떨어졌음에도 헐값 매각이라는 평가가 적잖았다.

 

하지만 정밀 실사 과정에서 3000억~4000억원에 달하는 해외 채권 문제가 불거지며 인수를 포기해야 했다. UAE 아부다비투자청 등 외국계의 경우 일단은 참여 의사를 보이고는 있지만 본입찰 참여엔 적극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제시된다.

 

시장에선 일단 중흥그룹의 우세를 점치고 있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자산 규모가 작은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며 “대우건설 내부에서도 규모가 더 작은 기업에 인수되는 상황을 탐탁치 않아 하는 구성원이 적잖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DS네트웍스는 사모펀드와의 컨소시엄이 국내 정서상 부정적 이슈가 될 수 있고, 호반의 경우 과거 인수에 참여했다가 며칠 만에 발을 뺐다는 인식 탓에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대우건설 노조는 최근 성명을 내고 “매출액 8조원이 넘는 건설사의 인수금액을 25일 만에 결정해 입찰서를 제출하라는 요구가 정상적이지 않다”며 “또다시 잘못된 매각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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