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거품 빠지나…공모가 논란 속 흥행 부진

크래프톤 일반 공모 청약이 시작된 2일 서울시내 한 증권사 창구를 찾은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주목받던 크래프톤의 청약 실적이 부진하자, 상장을 앞둔 대어급 기업들의 ‘공모가 거품’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IPO를 앞둔 기업들이 공모 흥행을 위해 시장친화적인 공모가를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4일 크래프톤 상장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크래프톤 공모주 일반 청약에서 증권사 3곳(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에 들어온 청약 증거금은 총 5조358억원으로 집계됐다. 통합 경쟁률은 7.79대1 수준이었다.

 

중복 청약이 가능했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43조8000억원·1883대 1), SK바이오사이언스(33조9000억원·1275대 1) 등 올해 대형 공모주와 비교하면 초라한 모습이다. 중복 청약이 막힌 카카오뱅크(22조1000억원·1733대 1)보다도 훨씬 적다.

 

공모가가 높은데다 중국발 게임 시장 악재가 겹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게 됐다. 크래프톤은 수요예측에서 다른 IPO 대어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243.15대 1)과 의무보유확약률에도 공모가를 최상단으로 결정했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은 크래프톤에 공모가 산정이 부적절하다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이에 크래프톤은 공모가를 기존 45만8000원~55만7000원에서 40만~49만8000원으로 10% 하향 조정했으나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도 청약에는 58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여전히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공모가 3만9000원으로 코스피 상장 후 예상 시총은 약 18조5000억원 규모다. 금융주 시총 1위인 KB금융과 2위 신한지주에 이어 3위 자리에 직행하게 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대형 은행 대비 7~12배 높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제시하는 공모가 범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시간이 갈수록 기대했던 여신 점유율이 과도했다는 점에 대한 실망감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하반기 IPO를 앞둔 기업들이 시장친화적인 공모가를 제시하는 등 공모 흥행 전략을 세울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렌터카 1위 업체 롯데렌탈의 경우 IPO를 앞두고 보수적으로 몸값을 산정했다. 롯데렌탈은 경쟁사인 SK렌터카, AJ네트웍스의 주가가 세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얼마나 고평가 됐는지를 토대로 기업가치(EV)를 산출한 뒤 순부채를 차감해 적정 시가총액(2조8500억원)을 계산했다. 여기서 24.07%~39.52%를 할인해 공모 희망가액을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주가 성적보다 기업가치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공모 희망가와 공모 후 시가총액의 하향 조정은 오히려 투자자 관점에서 투자 매력이 높아지는 기회일 수 있다”며 “따상으로 기준 짓기보다 기업가치를 장기적으로 보고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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