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울 다세대주택에 거래가 몰리는 이유

올해 서울에선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이 아파트를 넘어섰다. 아파트는 6월까지 2만9399건이 매매거래 됐지만, 다세대·연립은 3만6546건을 기록해 지난해와 다른 거래양상을 보였다. 2020년 동기만 해도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4만8298건으로 다세대·연립 거래(3만2144건)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아파트보다 다세대·연립거래 비중이 늘어난 여러 원인 중 핵심은 서울 아파트 가격 부담 때문이다.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호당 실거래가격은 11억2773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실거래가 9억3446만원보다 약 2억원가량 높은 금액이다.

 

7년 내리 우상향을 타고 있는 서울 아파트 값 상승세의 피로도와 대출규제 등이 부담스러운 실수요자들이 다소 가격부담이 낮은 다세대·연립으로 이동한 것이다. 8월 현재 서울 연립·다세대 호당 평균 매매가는 2억9688만원으로 수준으로 아파트 거래가보다 현저히 낮은 편이다.

 

한편 재개발 등 정비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내 서울에서 아파트 보다 다세대·연립의 거래비중이 많은 지역은 광진·강북·도봉·마포·양천·강서·관악·동작·중랑구 등지였다.

 

도심 내 택지 구득난이 심한 노후 주거지의 주택공급을 확대할 목적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부의 공공정비사업의 추진, 4월 서울시장 교체이후 정비사업 규제 완화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수요자들의 심리가 한강변 또는 구도심 밀집지의 다세대·연립거래로 이어졌다.

 

작년 하반기 이후 상승 변동 폭이 커진 서울 전세가격 불안도 다세대·연립의 거래 확대로 연결됐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세가 변동률은 2.9%를 기록하며 반 년 만에 2020년 변동률(1.54%)을 크게 넘어섰다.

 

아파트 같은 단지, 같은 평면에서 임대차 계약 갱신과 신규계약의 임대료가 두 배 가량 차이나는 이중가격 현실화와, 2022년 7월부터 임대차 계약갱신 종료사례가 다량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세대·연립 거래로 발현됐을 것이다.

 

당분간 서울은 다세대·연립 거래 비중이 아파트보다 높은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 아파트에 비해 가격 수준이 낮고 역세권 위주로 신축이 많은 편인 데다 다양한 면적유형의 선택 이점이 과거보다 나아진 시공수준과 맞물리며 수요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어서다.

 

다세대·연립 매입 시 꼼꼼한 사전점검은 필수다. 아파트에 비해 시공품질이나 공급규모, 시설규모가 영세해 거주만족도 및 매도 시 가격의 표준화가 쉽지 않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다세대·연립은 아파트에 비해 시설의 감가상각이 빨라 유지보수 비용이 클 수 있다. 차익 및 입주권 확보 목적의 접근이 아니라면 되도록 신축과 역세권 매물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다세대·연립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높은 편으로 사용가치인 임대료와 자산가치가 비슷한 경우가 많다. 전세가율이 높게 되면 임차인의 임대 보증금 반환이 위험할 수 있다.

 

매매가 아닌 다세대·연립 임대차를 검토하고 있다면 주민등록이전과 확정일자를 받아 대항력을 갖추거나 전세권설정 등기나 전세금반환보증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임대 보증금을 비교적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임대인의 선순위저당권 금액과 전세금이 집값의 100%를 넘는 곳은 피해야 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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