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엘거(LH거지)’, ‘엘사(LH에 사는 사람)’ 등 각종 주거 차별 신조어가 사라질까.
29일 관계 부처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신혼희망타운과 분양아파트에서 LH 로고를 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현준 LH 사장은 최근 개최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예산결산 전체회의에서 신혼희망타운 입주 예정자들이 LH 로고 삭제를 건의하고 있는데 전향적으로 검토 가능하냐는 지적에 대해 “현재 LH 로고와 자체 브랜드를 병행하고 있는데 국토부와 상의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LH는 당초 LH 로고와 단지별 브랜드를 병행해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입주 예정자들의 반대 민원에 ‘신혼희망타운’ 로고를 따로 만들어 쓰는 방안으로 변경했다가 다시 원안인 LH 로고와 단지 브랜드를 쓰는 방안으로 선회한 상황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LH 브랜드는 기존의 차별적인 시선에 더해 LH 직원들의 신도시 부지 투기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신뢰도가 곤두박질쳤다. 이에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서 LH 로고를 삭제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혼희망타운 예비 입주자들은 지난달 28일 열린 LH 조직 개편안 온라인 공청회에서 아파트 외벽에 새겨지는 LH로고를 없애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아파트에 온갖 비리로 더렵혀진 LH마크 제거하고 단지별 네이밍 자율화 이행하라”며 “LH 공영 차량에서는 마크를 가리고 다니면서 입주민 아파트에는 로고가 달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혼희망타운 특성상 자녀가 많은 신혼부부가 입주하게 되는데, 자녀의 차별 문제에 대해 입주자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LH가 공급한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편견에 놓일 가능성이 있어 입주 예정자들이 오래전부터 간절하게 신혼희망타운과 LH 명칭을 빼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신혼희망타운 거주 기간이 보통 10년 이상인데, 결혼 후 10년이 지난 가구에 대해서도 신혼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신혼희망타운 입주 예정자들의 민원을 접수하고 LH 로고를 삭제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공공이 분양한 주택에 기관 로고를 뺀 사례가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장기전세 998세대, 국민임대 1202세대로 이뤄진 위례23단지에서 ‘저소득 주거지 낙인 효과가 있다’는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해 단지 외벽에 SH로고를 삭제한 바 있다.
문제는 앞으로 공급될 신혼희망타운은 LH 로고를 삭제할 수 있지만 이미 분양된 130만가구의 LH 임대아파트의 경우 로고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임대주택은 소유권이 LH에 있어 세입자로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에겐 작명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신혼희망타운과 분양주택 위주로만 새 브랜드를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또다른 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pjh12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