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표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또 무산될 위기

법안소위 통과 못하면 연내 본회의 처리 무산 위기
시민 47.2% 실손보험 청구 포기…“종이 발급 귀찮”
전문가 “의료계 환자 정보유출 우려…시스템 구축 해결”

[세계비즈=유은정 기자] 12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인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올해에도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법안은 계약자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 전송을 요청하면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그간 꾸준히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의료계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번번이 처리가 무산됐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날 개최된 제391회 국회 정기회 제2차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회의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포함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그러나 시간 관계상 안건과 관련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오는 23일 법안소위에서도 통과하지 못하면 연내 본회의 처리가 무산될 상황이다. 

 

 앞서 금융소비자연맹, 소비자와함께,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 등 6개 소비자 단체들은 공동으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의 법안 상정 및 심의통과를 국회 정무위원회에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제는 소비자 권익 증대를 최우선으로 삼고 더 이상 입법이 지연돼서 안 될 것”이라며 “보험금의 청구가 간소화될 경우 보험 가입자의 보험 청구가 더욱 간편하게 돼 실손보험에서 보장하는 당연한 실손 치료비를 모두 다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실손보험 간소화 청구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절차는 보험사들의 디지털 청구 절차 등이 개발되면서 이전보다 개선됐지만 실손 의료비를 받는 소비자는 여전히 적었다. 

 

 이들 소비자단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만 20세 이상 최근 2년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와 관련해 조사한 결과, 최근 2년 이내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음에도 포기한 경험이 전체 응답자의 47.2%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구를 포기한 금액은 30만원 이하의 소액 청구 건이 95.2%에 달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보험금 청구 포기의 가장 큰 이유로 “증빙 서류를 종이로 발급받아 제출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고 귀찮다”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 시 전산 청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78.6%로 조사됐다. 

 

 이처럼 보험업계와 소비자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원하지만 실현되지 못한 배경에는 의료계의 반발이 있다. 간소화가 이뤄지면 의료계는 환자의 요청에 따라 증빙자료를 종이 서류로 제공한 것처럼 전자 문서로 제공하도록 바뀐다. 다만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보험중계센터로 전자 전송하게 된다. 이들 중계 업체가 서류를 검토한 뒤 보험사에 보내는 방식이다. 의료계는 이 과정에서 환자의 개인정보 등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고 의료계의 주장을 일축한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요양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전송하는 방식과 같이 전송하는 문서를 암호화해 개인정보 누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면 된다”며 “전송을 요청한 피보험자의 표준전자문서만 전송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역시 “개인정보는 이미 소비자의 동의를 거쳐 제공되고 있으며, 종이로 청구서류를 제출할 경우 개인정보가 보호되고, 전산으로 제출할 경우는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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