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주택연금 가입을 위한 주택 가격 기준을 대폭 완화하자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돼 눈길을 끈다. 최근 주택 공시지가 현실화 등을 고려할 때 주택연금 가입요건을 낮춰 더 많은 이들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28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 또는 시설 등의 소유자도 주택담보노후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주택담보노후연금 가입 기준이 되는 주택가격의 상한에 제한요건을 두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맡기고 자기 집에 살면서 매달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을 받는 제도다.
이는 최근 주택공시지가의 현실화, 주택가격의 상승 등으로 인해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는 공동주택은 전국 기준으로 전년 대비 69.3%, 서울은 46.9% 증가했다. 특히 서울에서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공동주택은 지난해 28만 1188가구에서 올 들어 41만 2970가구로 껑충 뛰었다.
주택연금 가입 기준을 공시지가 15억원까지 높이자는 법안도 발의됐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태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1639만원이다.
주택연금은 당초 시가 9억원 이하 주택만 가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법 개정을 통해 주택연금 가입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까지 확대됐다. 강 의원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보다 많은 국민들이 주택연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 의원 역시 최근 집값 상승세로 인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는 사례가 늘면서 가입 대상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주택 가격 상한을 폐지하는 건 급격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최근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기준이 공시가격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조정된 점을 고려해 주택가격 기준을 11억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이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 이용준 수석전문위원은 법안 검토 보고서에서 “주택연금은 민간에서 공급되기 어려운 역(逆)모기지론을 공적 보증을 통해 공급해 노년층의 빈곤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라면서 “노후빈곤과 무관한 부유층에 대해서까지 주택연금 가입을 허용할 경우 한정된 공적자금의 효율적 활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기존 주택연금 가입자의 중도해지 사례는 꾸준히 늘고 있다. 주금공에 따르면 주택연금 중도해지율은 지난 2017~2019년까지 2.46∼3.12%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4.19%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9월 기준 5.5%까지 치솟았다. 이는 최근 집값 급등으로 주택을 매도하거나 향후 더 많은 연금 수령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8만6281명이다.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72세(부부 중 연소자 기준)이며, 평균 주택가격과 평균 월지급금은 각각 3억1900만원, 106만원이다.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