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인상 카드사들, 허리띠 졸라맨다

수수료 인하에 카드론 대출 규제 악재 겹쳐
업계 1위 신한카드도 2년만에 희망퇴직 단행
추가 인력 조정 가능성 높아…‘알짜카드’ 중단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말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는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 신용카드 수수료를 기존 0.8%에서 0.5%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뉴시스

[세계비즈=유은정 기자] 카드사들이 연초부터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카드업계는 정부의 압박으로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고 빅테크(대형 IT기업)과 치열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비용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1위 카드업체 신한카드는 전날 2년 만에 희망퇴직 공고를 올렸다. 근속 10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단행하며, 월평균 임금의 최대 35개월 치가 지급된다.

 

 신한카드뿐 아니라 다른 카드사에도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카드는 전날 12명이 희망 퇴직했다. 희망 퇴직자들에게는 월평균 임금의 최대 36개월 치가 지급됐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12월 말 10명 정도가 희망퇴직을 했다. 근속 10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근속 기간에 따라 32개월에서 최대 48개월의 기본급과 최대 2000만원의 학자금이 지급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1월에는 KB국민카드가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1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표면적으로 보면 카드사의 지난해 실적은 양호해 보인다. 8개 카드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원을 넘어섰으며, 작년 전체로는 3조원에 다다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 신용카드 수수료를 기존 0.8%에서 0.5%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가게에 설치된 카드단말기 모습. 뉴시스

 하지만 올해 카드사 앞에 놓인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부터 가맹점 카드 수수료가 3년 만에 또다시 인하하게 돼 신용판매 부문에서 적자가 증가하고,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되면서 대출 수익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정부에 의해 3년마다 카드 수수료를 낮추는데, 이는 매출이 발생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기형적 구조’를 야기해 그간 본업인 신용판매 적자분을 카드론(장기대출) 등 금융 수익으로 메워 왔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카드론이 DSR 규제에 포함되며 현재 카드사 이익의 60~70%를 차지하는 대출 수익마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카드업계는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빅테크와의 경쟁, 그리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조달 비용 증가 등으로 올 한해 영업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올해 카드사의 악재가 겹치면서 카드사들은 연이어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업계는 앞으로도 카드사의 인력 조정 수요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나아가 혜자 카드로 불리는 알짜 카드들도 단종되는 분위기다. 카드사 수수료 인하에 따른 소비자 혜택 축소가 점차 현실화되는 셈이다. 실제로 신한카드는 출시된 지 약 1년밖에 되지 않은 ‘더모아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라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판매가 적자가 나는데,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며 “올해 악재가 겹치다 보니 이미 몸집을 줄인 카드사들이 또다시 희망퇴직은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카드업계 전체 매출 영향은 약 47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실적 영향이 불가피하고, 여기에 DSR 조기 도입에 따른 금융상품 수익의 영향도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카드사들이 서비스 비용 등과 기타 영업비용 절감을 통한 손익 방어에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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