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중고 시장…중고거래에 꽂힌 MZ세대부터 대기업들까지 '눈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민지 기자] 국내 중고거래 시장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대기업은 물론 세계적인 투자자까지 속속 뛰어들고 있다. 롯데·신세계그룹이 중고거래 플랫폼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세계적인 중고거래 플랫폼도 한국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은 쓰던 물건을 싸게 사는 개념에서 벗어나 명품부터 한정판 굿즈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을 찾아 만족감을 얻는 새로운 거래문화로 진화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고거래 시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황과 모바일 플랫폼의 등장으로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 2008년 4조원이었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0년 20조원으로 평가되며 10여년 만에 5배 이상 성장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중고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지며 하나의 소비문화가 된 것이다. 물건을 잘 소비하고, 다른 사람을 통해 다시 소비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이제 합리적인 소비를 넘어 ‘쿨한 거래문화’로 돼가고 있다.

 

실제로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 3명 중 1명은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중고거래 앱 사용자 수는 1775만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만 10세 이상 한국인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 수는 4722만명이며 전체 37%가 중고거래 앱을 이용했다. 모든 세대를 합쳐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한 중고거래 앱은 ‘당근마켓’으로 12월 한 달간 1676만명이 사용했다. 번개장터 앱은 322만명, 중고나라 앱은 71만명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롯데와 신세계도 성장잠재력이 큰 중고거래 플랫폼에 투자하고 나섰다. 롯데는 일찌감치 중고거래 시장에 투자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월 ‘중고나라’ 지분 95% 가량을 유진자산운용, NH투자증권-오퍼스PE(기관투자형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인수했다. 중고나라는 지난 2003년 설립된 국내 대표 중고거래 사이트로 회원 230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연간 거래액은 전년 대비 43% 증가한 5조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도 중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탈(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에 투자했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신세계그룹이 지난 2020년 7월 설립한 벤처캐피탈로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번 투자의 배경은 중고거래 시장이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과 중고거래가 활성화된 명품·스니커즈·골프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신세계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도 고려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 중 MZ세대의 비율이 경쟁사 대비 월등히 높고 취향에 기반한 중고 상품 거래, 빠르고 안전한 결제 및 배송 등 차별화된 강점을 보유한 번개장터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번개장터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번개장터는 2021년 기준 누적 가입자 수 1700만명, 연간 거래액 1조700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 2011년 론칭 후 거래액이 2019년 1조원, 2020년 1조3000억원, 2021년 1조7000억원으로 매년 3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적인 중고거래 플랫폼도 한국 서비스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3대 중고거래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는 지난해 말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코리아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올해 상반기 중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는 중고 명품 위주로 거래한다. 업계에서는 이 회사의 가치를 2조원으로 평가했다. 

 

minj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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