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희 기자] 윤석열 정부가 친기업 정책 기조를 펴겠다고 약속한 가운데 삼성, 현대차, 롯데, 한화 등이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며 산업계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탈규제·민간주도성장’을 골자로 하는 Y노믹스에 다른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화답할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삼성, 현대차, 롯데, 한화는 나란히 4∼5년 이내의 사업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산업계 맏형 격인 삼성이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 분야에 5년간 무려 45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뒤를 이어 현대차그룹 4년간 63조원, 롯데와 한화그룹이 5년간 각각 37조원, 37조6000억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우선 삼성이 이날 발표한 투자 규모는 지난 5년간 투자한 330조원 대비 120조원이 늘어난 규모이며, 전체 투자액의 80%가 국내 투자분이다. 주된 투자 분야는 ‘2대 첨단산업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는 반도체와 바이오, AI·차세대 통신 중심의 ‘신성장 IT’ 분야가 낙점됐다. 팹리스 시스템반도체나 파운드리, 바이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손꼽힌다.
삼성 측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 신사업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연평균 투자 규모를 30% 이상 늘렸다”며 “미래먹거리·신성장 IT, 일자리 창출, 대·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 육성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반도체 분야 투자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주도한다는 구상이다. 메모리 분야 첨단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해 ‘초격차’ 리더십을 강화하는 한편, 4차산업의 핵심인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파운드리의 경우 기존에 없던 차세대 생산기술을 개발·적용해 3나노 이하 제품을 조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 분야도 공격적 투자를 이어간다. 삼성은 ‘바이오 주권’ 확보를 위해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확대 등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선다.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신성장 IT분야 역시 ‘초격차 혁신’을 추진한다. AI(인공지능) 및 6G 등 차세대 통신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사업 투자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일자리 창출과 미래인재 육성에 힘을 보탠다. 대표적으로 반도체·바이오·신성장IT 등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8만명을 신규로 채용한다. 아울러 청년 1만명을 대상으로 한 ‘삼성청년 S/W 아카데미(SSAFY)’와 중학생 대상 학습지원인 ‘드림클래스’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사는 전동화·친환경, 신기술·신사업,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오는 2025년까지 4년 동안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한다. 여기에 자동차 부품·철강·건설 등 그룹사까지 합해지면 전체 국내 중장기 투자액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그룹 3사는 우선 미래 성장의 핵심축인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 고도화에 주력, 총 16조2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국내 순수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서는 PBV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 생산 시스템 점진적 구축,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 라인 증설 등을 추진한다.
현대차·기아·모비스는 이와 함께 로보틱스·미래 항공 모빌리티(AAM)·커넥티비티·자율주행·모빌리티 서비스·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신사업의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8조9000억원을 투자한다. 완성차를 넘어 ‘인류를 위한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롯데는 신성장 테마인 헬스 앤 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부문을 포함해 화학·식품·인프라 등 핵심 산업군에 5년간 총 37조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유통·관광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한 시설 투자도 단행한다.
헬스 앤 웰니스 부문에서 바이오 의약품 CDMO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인 롯데는 해외 공장 인수에 이어 1조원 규모의 국내 공장 신설을 추진한다. 모빌리티 부문은 올해 실증 비행이 목표인 UAM(도심항공교통)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 중심으로 투자한다.
화학 사업군의 대표인 롯데케미칼은 5년간 수소 사업과 전지소재 사업에 1조6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유통 사업군은 8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우선 롯데백화점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인천 송도 등에서 고용유발효과가 높은 대규모 복합몰 개발을 추진하고 본점, 잠실점 등 핵심 지점의 리뉴얼을 차례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향후 5년간 미래 산업 분야인 에너지·탄소중립·방산 및 우주항공 등 국내 산업에 20조원을 투자하는 등 총 37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5년간 2만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태양광·풍력 등의 에너지 분야에 약 4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태양광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최신 생산시설을 구축해 한국을 고효율의 태양광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글로벌 핵심 기지’로 성장시킨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태양광과 풍력을 결합한 에너지 개발 사업영역 확대도 도모한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에너지 안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국제 환경에서 친환경 에너지 공급 기지로서의 위상을 더욱 굳건히 하겠다는 각오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purpl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