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차량용 반도체 ‘개발’을 통해 내재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룹사 가운데 부품계열인 현대모비스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개발과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최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력 반도체에 포커스를 두고 있고 개발 및 생산까지 진행 중”이라고 직접 밝혔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지난 2020년말 그룹 계열사인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한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들어 더 구체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초 그룹 기회조정실 내 반도체전략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운영을 시작했다. 이 TF는 당장 눈앞에 산재해 있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대응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반도체 내재화 역시 이 해결책 안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 역시 반도체 관련 인재 확충에 나섰다. 지난 2월 ‘반도체사업담당’ 분야에서 시스템 반도체, 전력반도체, 파워모듈, 생산기술 등 4개의 모집단위에서 연구직 경력 사원을 모집했다. 이어 3월에는 시스템 및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신입사원을 선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달에도 반도체사업담당 신입, 관리 경력, 연구 경력직 채용공고를 내고 현재 전형절차를 진행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사업담당 관련 채용 공고가 한 건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현대모비스의 인재 확충은 굉장히 적극적이며 이는 곧 사업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내재화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완성차업계 시스템에서 내재화로 모든 반도체 수급을 해결할 순 없다. 이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와 내재화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현재 파운드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독일 완성차 기업 폭스바겐은 지난달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와 손을 맞잡았다. 대만 TSMC는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의 약 70%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앞서 일본 도요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도 협력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협력관계를 맺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실제 지난해 12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만나기도 했다. 현재 이와 관련해 지지부진한 상태이지만, 각사 모두 가능성을 완전히 접어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까지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 직접 생산도 사실상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내재화를 하더라도 개발에 초점을 두고, 생산은 파운드리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 전망이 지속해서 나오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파운드리와 장기적으로 내재화에 나선다는 투트랙 전략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