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SKT 사태가 남긴 것…선의의 경쟁이 먼저다

 오는 22일이면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소비자간 정보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2014년 10월 시행된 이후 10년 만이다. 단통법이 폐지되면 이동통신사는 단말기 지원금을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유통점은 공시지원금의 15%로 제한됐던 추가지원금을 자율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 본격적인 보조금 경쟁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일선 현장에서는 단통법이 폐지된 것인지 착각하게 만드는 파격 마케팅이 전개되고 있다. 전대미문의 SK텔레콤 해킹 사태가 중심에 있다. KT와 LG유플러스가 불안감과 배신감에 SK텔레콤을 이탈한 수요자들을 포섭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고, SK텔레콤도 방어책을 펼치고 있다.

 

 SK텔레콤이 가입 해지 위약금을 한시적으로 해지한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는 가입자 쟁탈전이 더욱 치열했다. 이 과정에서 직영점보다 더 싸게 판매하면서 휴대전화 성지로 알려진 통신 판매 대리점들이 제공하는 단말기 보조금은 70만원을 찍더니 이내 100만원까지 올랐다. 위약금 면제 마지막 날 성지로 유명한 신도림 테크노마트에는 번호이동 조건을 알아보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합법 여부를 떠나 소비자들에게는 이득인 일이다.

 

 하지만 일부 유통점에서 펼쳐진 공포 마케팅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해킹은 내 정보를 털기 시작해서 나중엔 내 인생까지 털린다’, ‘SK텔레콤 탈출 기회’ 등의 문구를 사용해 환승을 유도한 것이다. 한 통신사의 지역본부는 직원들에게 SK텔레콤 위약금 면제 시기에 환승을 유도하는 내용을 담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적용하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결국 SK텔레콤은 경쟁사인 KT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기에 이른다. 공포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SK텔레콤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한 직후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은 경쟁사 비방을 금지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KT는 이현석 커스터머부문장(부사장) 명의의 공문을 통해 불건전한 마케팅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경쟁사의 불행을 노린 틈새 영업을 지양할 것을 주문했지만 반영되지 않았고, 결국 감정 싸움으로 번진 모습이다.

 

 이번 SK텔레콤 사건은 산업계에 보안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선진국 기업들과 비교해 정보보호 투자 규모가 부실한 점이 공론화됐고, 특히 통신사의 경우 보안 투자는 물론 통신의 근간인 설비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더욱이 KT는 2012년과 2014년, LG유플러스는 2023년에 가입자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공포 마케팅의 자격이 있냐는 생각이 든다.

 

 통신 3사는 소모적인 경쟁이 아니라 실력으로 진검 승부를 펼쳐야 한다. 소비자들은 수 년간 통신 품질 저하와 멤버십 혜택 축소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실제로 5G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요금제는 더 비싸졌는데 정작 5G 데이터가 터지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멤버십의 경우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영화관, 외식 프랜차이즈 할인 혜택이 쪼그라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안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서비스 품질을 고도화해 오랫동안 사랑받는 기업으로 남아주기를 바란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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