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기 신도시 고양 창릉 가보니...GTX 조기 착공 호재에도 '잠잠'

GTX-A 노선 조기 개통 소식에도...'직접 수혜 지역' 원흥·향동 지구도 매수 문의 적어
서울 접근성·콤팩티 시티 개발 호재 남아...향후 집값 상승 가능성 有

GTX 창릉역이 들어설 경기도 고양시 창릉동 화랑교차로. 송정은 기자

[세계비즈=송정은 기자] 3기 신도시에 대한 관심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8.16 부동산 대책’에서 나온 GTX-A 조기 개통, 콤팩트 시티 등 대형 호재가 힘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다. 금리상승, 경기둔화, DSR 규제같은 하방압력 요인에서 3기 신도시도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뛰어난 서울 접근성이 결국은 반등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GTX-A 노선 조기개통 직접 수혜지인 고양시 창릉 신도시 인근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 발표 이후 들썩일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조용한 분위기다. 31일 현장을 직접 찾아보니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달 16일 국토교통부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하고 GTX-A 노선의 개통을 이번 정부 임기 내인 2024년 6월 이전으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기 신도시 가운데서도 1년 전 국토교통부가 GTX 창릉역 신설 승인을 발표한 창릉 신도시에 대한 업계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예상과 달랐다.

 

화랑교차로 인근은 창릉역 조성을 위한 시스템공구 전철전원설비 공사가 한창이다. 송정은 기자

고양시 창릉동 일대를 방문하니 GTX 창릉역이 들어설 예정인 화랑교차로에 창릉역 조성을 위한 시스템공구 전철전원설비 공사 현장을 제외하면 일대 농경지와 비닐하우스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상태였다. 창릉동 일대는 지난 6월부터 토시 보상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창릉동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수의 토지 보상 대상자들이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여서 내년 4월 경은 돼야 절차가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공공택지 지구 등이 조성될 고양시 창릉동 일대 모습. 송정은 기자

한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토지 손실보상 협의 기간을 9월까지로 잡았다. 연내 추가 협의를 마무리하고 강제수용 절차인 수용재결 신청까지 마친 후 내년 6월 조성공사 착공이 목표다.

 

아직 한산한 현장 분위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 창릉 신도시의 ‘직접 수혜지’로 꼽히는 인근 원흥과 향동지구 부동산 시장 분위기도 잠잠했다.

 

창릉동 일대 창릉촌의 모습. 송정은 기자

창릉 신도시 인근 원흥지구 내 A부동산 중개사무소 대표는 “창릉역의 경우 GTX 노선에 서부선과 연계되는 고양은평선까지 지나는 더블 역세권이다. 여기에 GTX 조기 착공 계획이 발표됐으니, 과거 같으면 관련 문의가 쏟아졌어야 정상”이라며 “아직 삽조차 뜨지 못한 곳이 많은 창릉 신도시에 대한 투자 문의 감소는 그렇다쳐도, 직접 수혜가 예상되는 인근 원흥과 향동지구에도 단기호재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다른 3기 신도시 예정지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불경기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며 “GTX 계획 발표시 크게 올랐던 인근 아파트 시세가 약 25% 가량, 최고가에서 2억원 가량 하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는 GTX 계획 발표 이전의 시세와 비슷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조달 이자비용과 집값 고점인식, 경기둔화 가능성, DSR규제 등의 여파로 주택 월별 거래량이 2006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만큼 거래시장이 위축된 상황”이라며 “시장관망과 위축, 가격조정으로 GTX 공사나 택지개발 호재가 단기적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침체를 겪는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시점에는 창릉 등 3기 신도시에 대한 시장 관심도가 분명히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가장 큰 이유는 탁월한 ‘서울 접근성’과 정부가 발표한 ‘콤팩트시티’ 조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국토연구원은 “고양창릉 택지개발이 이뤄지면 서울 서북권 인구이동을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창릉지구는 서울 은평구 경계까지의 거리가 0.7㎞에 불과하고 3기 신도시 중에서 가장 서울에 가깝다”는 내용의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고양시 원흥동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걸린 창릉신도시 계획도. 송정은 기자

정부가 지난 ‘8.16 공급대책’에서 밝힌 콤팩트 시티(주변 역세권 고밀 개발) 시범 조성 지역으로 창릉을 꼽은 것도 주목할 만 하다. 함영진 직방 랩장은 “3기 신도시 전반이 GTX노선과 연계개발되거나 기존 1~2기 신도시 보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경우가 많다”며 “창릉과 남양주 왕숙 지구 모두 자족기능의 성공여부를 당장 장담할 순 없지만, 업무 및 자족기능이 밀집한 서울 접근성이 좋다는 부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지구 모두 주요 역세권 주변을 고밀개발해 다양한 편익시설을 택지 내부에서 향유하겠다는 의미의 개발이라면 콤팩트 시티 개발이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부분 수도권 택지개발들은 역주변을 고밀화해서 중심상업지구로 개발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고양시 창릉 신도시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부천 대장 지구 등과 함께 3기 신도시로 개발되기로 확정된 지역이다. 해당 지역에서는 2029년까지 10년 동안 총 789만19㎡(238만7000평) 부지에  인구 약 8만30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 3만8000호를 조성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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