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 B다이어리] 정용진 부회장님, 신세계그룹 인사도 이런 식인가요?

-산업부 기자 시선에서 본 SSG 랜더스 단장교체
-내부 인재도, 전문인도 아닌 인물 내세워
-신세계그룹 계열사에서는 전무한 인사 방식

프로야구 SSG 정용진 구단주가 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한국시리즈 2차전 키움과의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인천=김두홍 기자

신세계그룹은 SSG 랜더스 KBO리그 통합 우승에 맞춰 최근 19개 계열사가 일제히 ‘쓱세일’을 진행했다. 이마트를 필두로 신세계백화점, 면세점, 스타벅스, 조선호텔리조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SSG닷컴, W컨셉, G마켓, 신세계라이브쇼팅 등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대규모 행사로 펼쳐졌다.

 

역대급 할인에 이마트는 계산줄이 매장 한바퀴를 돌았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정용진 SSG 랜더스 구단주이자 신세계 부회장은 이마트의 주식 지분 18.56%(2022년 9월30일 기준)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들 계열사는 시즌 중에도 SSG 랜더스를 활용한 각종 마케팅을 펼쳐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야구단 인수부터 통합 우승, 그리고 모기업 유통 마케팅까지 말 그대로 ‘홈런’이었다.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돌연 류선규 SSG 랜더스 야구단장의 자진 사퇴 소식이 전해졌다.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2001년 전신인 SK 시절부터 홍보, 운영, 전략기획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올해 SSG의 정상 도약을 이끈 류선규 단장이 자진 사퇴할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불과 최근까지 기자와 만나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정용진 구단주는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단장을 선임했다. 새로 선임된 김성용 단장은 24년 간 고교야구 지도자 생활을 하다 지난해 11월 SSG 랜더스 퓨처스(2군) R&D 센터장으로 영입된 인물이다. SSG 구단에 몸 담은 지 1년, 그것도 2군 선수의 기량 향상을 이끌던 인물이 구단 전체를 아우르는 단장 자리에 앉았다.

 

과연 이 같은 인사가 기업에서도 가능할까. 적어도 신세계 계열사에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내부에서 최대 성과를 낸 인재를 중용했고, 외부 영입을 할 경우 전문 경영인을 내세웠다. 

 

우선 조선호텔앤리조트, 신세계디에프(면세점), 신세계아이앤씨(스타벅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내부 인재를 리더로 발탁했다.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이사 부사장은 2006년 신세계그룹 경영지원실 과장으로 입사해 기획관리, 전략실를 거치며 2019년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이사에 올랐다.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 역시 2012년 광주신세계 대표이사 상무에서 시작해 강남점장, 전략본부장, 영업본부장을 거쳐 2020년 대표이사가 됐다.

 

손정현 신세계아이앤씨 대표이사도 2015년 신세계아이앤씨 지원담당 상무로 발을 들였고, 이어 IT사업부에서 상무, 전무로 승진해 2020년부터 CEO로 활동하고 있다. 김성영 이마트에브리데이 대표이사도 1996년 신세계백화점 기획실에서 시작해 기획팀 과장, 팀장, 부장, 상무보로 승진을 거듭했고, 이마트 신규사업을 맡아 이마트위드미 대표이사, 이마트24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2020년부터 이마트에브리데이를 이끌고 있다.

 

이를 빗대어보면 SSG랜더스 류선규 단장과 같은 맥락이다. 업계 흐름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서, 내부 사정에 정통하며, 성과를 낸 인물을 선호하는 흐름이다.

 

물론 김성용 신임 단장처럼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경우도 있다. 강희석 이마트 및 SSG닷컴 대표이사가 이 같은 케이스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모두가 납득할 명분이 있다. 강희석 대표이사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2005년까지 농림수산식품부 서기관을 지냈다. 이 과정에서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대학원 경영학을 졸업했고, 이후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인크에서 약 14년간 경영 컨설팅 전문가로 활동하다 2019년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됐다.

 

김성용 신임 단장의 경우 프로야구 KBO리그 무경험자다. 아마야구에서 정상급 지도자로 활약했지만, 전년도 프로야구 우승팀 단장 자리에 앉기에는 명분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팬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과연 정용진 구단주가 신세계그룹의 기업이었다면 이와 같은 인사에 사인을 했을까. 그렇다면 정용진 구단주의 인식 속에 프로야구단은 어떤 존재일까.

 

앞서 해체한 여자농구단 신세계 쿨캣이 어쩌면 힌트가 될지도 모르겠다. 신세계 쿨캣 여자농구단은 1997년 태평양화학 여자농구단을 인수하면서 1998년 공식 창단했다. SSG 랜더스가 추신수를 영입했던 것처럼 신세계 쿨캣은 한국 여자농구 레전드 정선민을 영입하며 단숨에 우승후보로 떠올랐고, SSG랜더스처럼 창단 이듬해인 1999년 곧바로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신흥 명문으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2002년 이후 단 한 번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리고 2012년 4월 팀해체를 발표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된지 딱 2년 만이다. 당시 여자농구 관계자는 팩스 한 통으로 해체 사실을 알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당시 신세계 쿨캣은 “금융팀 중심의 리그 운영에서 한계를 느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역시 7개 구단 가운데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KB손해보험, 우리카드, OK금융그룹 등 5개 구단이 금융팀이다. 대한항공은 유일한 항공사이며, 한국전력은 남자부 유일의 공기업이다.

 

SSG랜더스 역시 초반 행보는 신세계 쿨캣과 비슷하다. 그 때와는 다르다고 외치겠지만, 이번 단장 교체 건처럼 논란이 지속된다면 향후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마케팅은 생존이다(저자 조서환, 추성엽)에 따르면 한국에서 100년 브랜드가 탄생하기 힘든 이유는 브랜드 관리에 대한 리더의 철학이 없기 때문이며,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부재, 그리고 결국 사람 문제라고 했다. SSG 랜더스가 역사와 전통을 갖춘 야구단으로 길을 이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