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 외압과 사법 리스크에 무릎 꿇었나

구현모 KT대표이사 / 뉴시스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에서 사퇴를 결정했다.

 

KT는 23일 오후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KT 측은 “이사회가 구 대표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면서 “사내 후보자군에서 제외하고 선임 절차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유력한 차기 대표이사 후보였다. 재임 3년 간 매출 5.4%, 영업이익 46.8% 성장이라는 실적을 기록했고, 디지털 신사업 확대에도 성공적인 발판을 놓았다는 평가다. KT의 주가 역시 대표이사 선임 직전보다 상승하며 주주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에 이미 차기 대표이사 단독 후보로 결정나는 등 사실상 연임이 확정적이었다.

 

다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며 이를 반대했다. 소유분산 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셀프 연임, 황제 연임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에 KT는 공개 경쟁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최근 대표이사 공개경쟁 모집에 나섰고, 그 결과 총 18명의 사외 후보자가 지원했다. 여기에 구 대표를 포함한 총 16명의 사내 후보자군을 구성했다. 총 34인의 공개 경쟁을 통해 새 대표이사를 선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 대표는 공개경쟁 후보군 발표 3일만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외압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이번 공개 경쟁에는 윤석열 국민캠프 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김성태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이 지원을 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중앙선거대책본부 산하 본부장으로 활동한 김기열 전 KTF 부사장도 후보 지원을 했다. 여기에 권은희 전 새누리당(국민의 힘 전신) 의원,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등 과거 여권에서 활동했던 인사들도 포함됐다.

 

KT가 정확한 이유 없이 구 대표의 사퇴 소식을 전하자 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가 사외 후보자 면모를 확인하고, 결국 포기한 것이 아니냐”라는 목소리를 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사법 리스크라는 의견도 있다. 구현모 KT 대표도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에 연관이 돼 있다. 구 대표는 KT 경영지원총괄 부사장급 임원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6년 9월경 국회의원 13명이 모인 후원회에 자신의 명의로 정치자금을 불법 기부한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구 대표는 이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 굴곡이 있었고, 공개 경쟁까지가는 상황에서도 후보에 지원했다는 것은 그만큼 의지가 있었다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후보자 면모가 공개된 이후 3일만에 사퇴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자신을 둘러싼 정황에 한계를 느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라고 설명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