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방식의 대출에 대해 은행 등 금융회사가 그 금리를 변경할 수 없도록 못박자는 내용의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관심을 모은다. 금융사가 고정금리 대출의 약관을 임의로 해석해 대출금리를 올려받는 걸 막기 위한 취지다.
26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정금리 대출 시 원칙적으로 은행이 그 금리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하자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지난달 28일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엔 금리 변경을 위한 예외상황인 ‘국가 경제·금융 사정의 급격한 변동’에 대해 대통령령을 통해 명시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강 의원은 같은 날 이러한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여신전문금융업법·상호저축은행법 개정안도 동시에 발의했다.
이는 최근 청주상당신협이 연 2.50%짜리 고정금리 대출을 이용 중인 차주에게 연 4.5%로 인상해 적용하겠다고 통보하며 논란을 빚은 게 발단이 됐다. 이 신협은 ‘국가경제・금융사정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계약 당시에 예상할 수 없는 현저한 사정변경이 생긴 때, 채무자에 대한 개별통지에 의해 그 율을 인상·인하할 수 있다’는 여신거래기본약관을 임의적으로 해석해 차주에게 대출금리 인상을 통보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지도명령을 통해 청주상당신협에 대해 고정금리 인상 철회 조치를 내리면서 차주의 대출금리가 변경되진 않았다. 단순히 금리인상 기조만을 이유로 극히 예외적인 조항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금융사가 고정금리 대출금리를 변경한 사례가 없던 건 아니다. 한 예로 2001년 대법원은 구 동양카드에서 카드론을 실행한 차주 2명이 회사 측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소송 상고심에서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계약자 일방에게 금리나 그 결정방법 등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이른바 금리변경권 약정은 고정금리방식 또는 변동금리방식에 의한 금리결정방식을 보완해 예측하기 곤란한 경제사정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고정금리방식에 의한 금리의 결정과 계약자 일방에게 금리변경권을 부여하는 게 상호모순되는 관계에 있지 않기에 고정금리방식으로 금리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해서 금융사에 금리변경권을 부여하는 약관의 적용이 당연히 배제되는 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IMF 외환위기 직후인 당시 상황과 최근의 상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여신거래기본약관 상 고정금리 대출금리의 인상은 제한적 상황에서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외환 유동성위기 등으로 국제기구에 긴급자금을 요청하는 경우 또는 국가 신용등급이 2단계 이상 하락하는 경우 등을 예로 들었다.
한편 고정금리 대출은 이름 그대로 월상환액의 명목가치가 금리변동이나 물가변동과 무관하게 일정하게 잡히는 게 특징이다. 물가가 하락하는 경우 실질상환액이 증가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차주가 떠안는다. 반면 금융회사로서는 고정금리 대출의 경우 물가상승 땐 이자수입의 실질가치가 하락하는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통상 고정금리 대출은 변동금리 대출 대비 금리가 높은데 이는 금융회사가 금리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지기 때문이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