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부동산PF 익스포저 ‘27兆’…유동성 리스크 우려 고조

금융권 부동산PF 152조…증권사 채무보증 잔액 22조
하이투자 자기자본 93.4%…당국, 금융불안 확산 막아야

이용우 의원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에 대한 타격이 증권가에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의 부동산PF 익스포저가 2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증권업계의 유동성 리스크가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채무보증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부동산PF 잔액은 111조원(2020년)→137조원(2021년)→152조원(2022년)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중 증권사 부동산PF 채무보증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22조원으로 부동산PF 대출(4조5000억원)의 5배 이상 규모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출에 채무보증을 포함한 증권사 부동산PF 익스포저는 27조원 규모로 여신전문금융회사의 대출잔액(26조8000억원)을 웃돌았다.

 

 부동산PF 익스포저는 대출뿐만 아니라 우발부채(채무보증), 사모사채까지 포함한다. 특히 채무보증은 대표적인 우발부채로 분양되지 않거나 사업이 지연·무산되면 보증기관이 대신 변제해야 한다. 증권사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말 기준 10.38%에 달하는 상황에서 채무보증의 부실 역시 유심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증권사별로 부동산을 포함한 전체 채무보증 규모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하이투자증권의 채무보증 규모는 1조2826억원으로 자기자본의 93.4%에 이른다. 메리츠증권은 채무보증 규모가 4조5623억원으로 자기자본의 84.9%다.

 

 한국투자증권(80.3%), 한화투자증권(74.1%), DB금융투자(73.6%), KB증권(72.1%) 등도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규모가 컸다. IBK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도 지난해 3분기까지 채무보증 비중이 70%를 넘었다. 지난해 9월까지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규모가 93%에 달했던 다올투자증권은 채무보증 규모를 2554억원으로 줄이면서 비중이 38.7%로 큰 폭 감소했다.

 

 이용우 의원은 “부동산PF 규모를 살펴볼 때 대출 잔액뿐만 아니라 채무보증 잔액을 함께 봐야 한다”며 “증권사 부동산PF는 대출보다 채무보증 규모가 많아 착시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부동산PF 문제가 없는 걸로 확인된 대형 증권사를 제외한 일부 중소형 증권사 연체율은 20%에 육박할 수 있다”며 “일부 증권사의 문제가 금융불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당국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출과 채무보증을 포함한 증권사 부동산PF 규모가 크자 부동산시장 침체가 금융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부동산PF 부실을 막고자 ‘PF대주단협의회 운영협약’ 개정안을 의결, 오는 27일 PF대주단 협약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대주단협의회 협약 초안을 만들어 업계 의견을 구했다. 대주단협의체 재가동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금감원이 증권사 등에 송부한 대주단협의회 운영 협약 초안을 보면 지난 2009년 협약에 비해 만기 연장 조건이 새로 추가됐다. 만기 연장은 채권액 기준 3분의 2 이상의 대주들이 동의하면 가능해진다. 자율 협의에 따라 시공사와 부동산 신탁사의 책임준공 기한 연장도 가능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PF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9월 말 8.16%에서 같은 해 말 10.38%로 상승했지만 연체대출 규모가 5000억원에 불과하며 이는 증권사 자기자본(74조원) 대비 0.7%에 해당하는 낮은 수준”이라며 “과거 위기 시 도입된 부동산PF 대출 규제 등으로 연체가 특정 증권사에 집중돼 있진 않다”고 설명했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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