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나가는 여성들의 발을 보면 높은 비중으로 ‘메리제인 슈즈’를 신고 있다. 이는 둥근 앞코를 가진 신발에 발등을 감싸는 스트랩이 달린 신발이다.
지난해까지 벨벳 소재에 스니커즈 같은 밑창을 가진 형태가 대세를 이뤘다면 올해는 좀더 로맨틱해지고, 대담해지는 등 스타일이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기본 컬러’인 블랙 계열의 단정한 신발이 대세였지만, ‘미우미우’가 판도를 바꿔놨다는 게 패션업계의 설명이다.
LVMH가 출자한 패션 검색 엔진 ‘리스트(Lyst)’가 2022년을 결산하는 패션 리포트를 공개한 결과, 미우미우의 ‘발레 플랫’은 세대 불문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삼성패션연구소도 지난해 말 2023년 패션 시장 전망을 공개하며 이같은 트렌드를 언급한 바 있다.

여리여리한 색감의 새틴 발레 플랫은 엔데믹으로 이르는 과정에서 더 부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원마일 웨어’가 대세였다면 다시 만남이 시작되는 봄 시즌, 화사한 룩으로 시선이 갔던 것으로 보인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메리제인 슈즈의 인기 요인으로 ‘너무 꾸민 듯한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을 든다. 어디든 매치하기도 쉽다. 스커트·원피스는 물론 컬러풀한 양말과 신어도 좋고, 조거팬츠와도 잘 어울린다. 토슈즈를 연상케 하는 발등의 밴드가 벗겨질 우려를 지워주는 것도 포인트다.
지난달 28일 기준 스타일커머스 플랫폼 29CM의 조사 결과 신발 카테고리에서 여전히 메리제인이 강세를 보였다. 회사 측은 “국내서 메리제인 슈즈 브랜드로 잘 알려진 ‘락피쉬 웨더웨어’가 발레리나 슈즈를 본 딴 메리제인을 다양한 컬러로 출시해 인기”라며 “‘흐꺙’의 제품도 판매량이 증가 추세”라고 했다.

올해는 더 다양하게 변주된 메리제인 슈즈를 만날 수 있다. 우선, 낮은 플랫슈즈에서 탈피해 굽 높이도 다양해졌다. 소재도 벨벳·새틴뿐 아니라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도 올해 다양한 메리제인 슈즈를 내놨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를 강타한 메리제인 슈즈의 인기가 올해도 거셀 전망”이라며 “최근에는 발레와 일상복을 혼합한 ‘발레코어(Balletcore)’가 유행하면서 발레화와 비슷한 메리제인 슈즈의 인기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코오롱FnC의 슈즈브랜드 ‘슈콤마보니’는 올해 메리제인 슈즈 스타일 수와 물량을 늘리며 보다 공격적인 판매에 나서는 중이다. 지난해 6개 스타일에서 올해 11개까지 늘렸다. 펌프스, 스니커즈, 샌들 등 다양한 신발에 메리제인 디자인을 적용했다는 게 브랜드 측 설명이다.
슈콤마보니에서 출시한 ‘메리제인 슈즈’ 전체 상품을 기준으로 보면 봤을 때 지난 4월 1일부터 21일까지 동기간 전년비 440%(4.4배) 매출 신장세를 기록했다. 슈콤마보니 관계자는 “올해는 발레코어, Y2K룩이 패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메리제인 슈즈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발레코어’는 신발을 넘어 패션까지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 메리제인 슈즈와 발레룩의 핵심으로 꼽히는 볼레 로 카디건, 튀튀 스커트를 변형한 다양한 기장의 스커트, 스크런치 등 헤어 액세서리가 주목받고 있다. ‘레그워머’도 힙한 아이템으로 돌아왔다.
셀럽들은 이미 발 빠르게 발레코어룩을 선보이고 있다. 블랙핑크 제니는 레그워머와 슈즈를 활용한 스타일링을 종종 보여준다. 데뷔 전까지 프로 발레리나를 준비했던 걸그룹 르세라핌의 일본인 멤버 ‘카즈하’도 발레코어룩을 보여준다.
이같은 트렌드는 소비자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스타일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의 조사 결과 발레코어는 올 봄 확실한 강세를 보였다. 에이블리 측은 “지난 3월 에이블리 내 발레리나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5% 늘고, ‘발레’ 키워드 검색량도 150% 증가했다”며 “인기 상품으로는 발레코어룩에 가볍게 입문하기 좋은 신발 품목이 눈길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시기 에이블리 내 ‘발레리나 슈즈’ 검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5배(1440%) 폭증했다. 발레코어룩에 시도하기 좋은 ‘레그워머’ 검색도 4배(300%)가량 증가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메리제인 신발의 인기를 넘어 발레코어 룩까지 확장된 것은 최근 요가·필라테스를 넘어 ‘취미 발레’ ‘성인 발레’가 강세를 띠는 것을 들었다. 코로나19 시기 ‘애슬레저룩’이 유행했던 것의 연장선과 같은 것.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발레’ 해시태그는 개수는 87.5만개에 이른다. 필라테스 555만개, 요가 351만개에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취미와 발레리나를 합친 ‘취미리나’, 발레에 미쳤다는 의미의 신조어 ‘발치광이(발레+미치광이를 합친 말)’ 등도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건강·몸매관리를 위해 발레를 등록하는 성인이 증가세다. 정통 발레가 부담스러운 일반인을 위해 발레·요가·필라테스를 합친 ‘발레핏’도 인기다. 백화점에서도 발레를 활용한 문화센터 수업이 인기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