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은의 가가호호] 尹 정권 1년, 부동산 연착륙 총력…전세사기 특별법 논란에 후속 입법 ‘지지부진’

산업부 송정은 기자

 지난 10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가 올 들어 부동산 규제 완화로 대표되는 ’1·3 부동산 대책’ 등 시장 활성화 대책을 연이어 선보이며 거래 심리 회복과 시장 안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최근 사회 이슈로 불거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의 실효성 논란 등으로 시장 연착륙을 위한 후속 법안 마련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23일 정부와 관계기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 상황과 연착륙 방안 관련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부동산 시장 연착륙 방안과 아울러 전세사기·역전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서민 등 주거약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달라”고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윤 대통령은 “주택 정책을 시장원리에 따라 정상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 연착륙 시스템을 확실히 구축해 달라”고도 당부한 바 있다.

 

 올해 윤 정부의 부동산 시장 대책을 상징하는 것은 ‘1·3 부동산 대책‘이라 할 수 있다.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의 강남과 서초·송파·용산을 제외한 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됐으며, 전매제한·실거주·중도금 대출 제한 등이 완화됐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해제하는, 이른바 ‘투기 뇌관’을 건드렸다는 비판도 존재했지만 대체적으로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인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 마련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다만 1·3부동산 대책을 포함한 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대한 국민 여론은 현재까지 부정적인 평가가 더 높은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 가량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긍정적인 응답을 한 비율은 27%다. 부정 평가의 이유 중 ‘여전히 비싼 집값(9%)’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평가를 뒤집기 위해서 정부는 1·3 부동산 정책의 후속 법안들을 마련해 부동산 시장 규제 정상화에 나서야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 심사에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번 달 네 차례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전세사기 특별법 외에는 부동산 현안에 대한 법안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대표적인 부동산 현안 법안으로는 ▲주택법 개정안(분양가 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완화) ▲노후계획도시 재정비특별법(1기 신도시 등 노후도시 재건축)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전용 85㎡이하 아파트 매입 임대 부활) 등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됐던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특별법도 모호한 기준 제정으로 탁상행정 논란을 빚었으며, 이후 마련된 수정안조차 ‘빚내서 빚 갚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대출 일변도의 특별법 제정에 반발하며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나왔던 정부대책이 재발방지에 집중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렇더라도 민간시장에서 사기를 완벽하게 차단하기를 어렵다”며 “때문에 현재로서는 특별법 실행과정에서 제기되는 추가문제를 보완수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전세사기로 촉발된 ‘전세 제도’ 존립 자체에 대한 논란도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 16일 “전세제도는 수명을 다했다”며 관련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언급을 했다. 다만 전세의 존폐를 논하기 앞서 전세 제도로 인해 낀 주택 시장의 거품을 걷어내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제도의 대표적 부작용으로 꼽히는 갭투자가 굉장히 위험한 투자패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임대사업자들에게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는 전세퇴거자금 대출을 한시적으로 늘리는 대책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세 관련 제도 정비뿐 아니라 계류 중인 부동산 관련 법안을 속히 처리해 시장 안정화에 힘을 보탤 필요도 제기된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지역의 집값과 거래량이 상승하는 등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지만, 여전한 고금리 부담과 수도권-지방 간의 분양 시장 양극화 등을 감안하면 부동산 시장 정상화는 여전히 요원하기 때문이다. 

 

 박 위원은 “실제로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말 정도나 돼야 시장 활성화를 논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준금리뿐 아니라 경기침체나 역전세난 등의 해결 여부가 시장 활성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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