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친화 산부인과 이끄는 박중신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

박중신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산부인과 교수)

“임신·출산은 비장애 여성에게도 무척 힘든 과정입니다. 장애를 가진 여성에게는 더욱 크게 와닿을 수밖에 없죠. 모든 산모가 그렇지만, 우리 병원까지 찾아오시는 산모는 사실 굉장히 절박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보기 어려운 사례의 환자들도 많은데요. 그럴수록 서울대병원에서 꼭 진료해야 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병원이 여성 장애인이 불편 없이 산부인과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개소했다. 이곳은 고위험 임신 분야의 명의인 박중신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산부인과 교수)가 이끌고 있다. 보건복지부 사업 지원 당시부터 적극 노력해온 인물이다. 1일, 박중신 진료부원장을 만나 장애친화 산부인과의 역할과 향후 목표에 대해 들었다.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개소하게 된 계기는.

 

“장애의 정도나 스펙트럼은 굉장히 다양한 만큼, 의료진의 경험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반신 마비가 된 임산부, 유전 질환 등을 가진 산모 등의 케이스는 일반 병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례는 분명 아니다.

 

문제는 이런 환자들에게 접근성이 낮았다는 것이다. 병원 자체가 오래된 건물이고, 복잡하고, 대기도 길다보니 진료 부담이 컸다.

 

최대한 부담을 낮추고 편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약자와의 동행을 실현하기 위한 병원의 임무와 역할이었다.

 

3년간 준비하며 서울시, 보건복지부 등은 물론 장애인 단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이번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개소했다.”

 

-이 역시 서울대병원이 강조하는 ‘공공의료 강화’와 관련된 정책인가.

 

“그렇다. 장애친화 산부인과 사업은 장애와 여성이라는 다중 구조 차별 속에서 여성장애인의 임신·출산 정보 부족, 진료 접근 문제 등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공공의료 정책이다.

 

10년간 분만하는 기관수는 36.0% 감소했고, 장애인 임산부의 접근성은 더 악화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자체 사업으로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운영되고 있지만 아직 체계적 기준 및 지원체계가 미비하고, 지역 편중현상으로 전국적 확대를 위한 정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일반 산부인과와 차별화된 점은.

 

“장애친화 시설 구축은 기본이다. 무엇보다 환자마다 필요한 서비스를 미리 준비할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장애친화 산부인과 홈페이지에서는 예약 시 사전 설문지를 받는다. 이를 통해 전담 코디네이터가 환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미리 갖춰둔다. 가령 수어 통역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진료 시간에 맞춰 수어 통역사를 확보하는 식이다.

 

또, 내원 시 코디네이터가 동행하며 안내해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외래‧분만장‧병동에 코디네이터를 배치해 여성장애인의 진료 전 과정에서 공백 없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애친화 산부인과 개소 이전에도 장애를 가진 산모를 돌본 경험이 있나.

 

“고위험 임신을 전공했다보니 적지 않은 편이다. 골이형성증을 갖고 있던 산모가 기억에 남는다. 다른 병원에서는 산모의 건강 등을 생각해 ‘임신을 포기하라’고 했지만, 산모는 꼭 아기를 낳고 싶다며 나를 찾아왔다.

 

다행히 건강하게 출산을 마치고 무척 고마워하며 주변에 홍보도 많이 해주셨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건강하게 산모와 아기 두 사람이 병원을 나설 수 있도록 돕겠다.”

 

-태아센터와 희귀 유전질환 센터와의 연계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이같은 특화 진료가 필요한 이유는.

 

“여성장애인 중 특히 유전적 소인이 있는 장애를 가진 여성의 경우 태아의 기형에 대한 산전 검사에 대한 관심도가 다른 임산부에 비해 더 높은 편이다. 검사 역시 산전에 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아직 장애인 임산부에 대한 산전 검사 및 진찰에 대한 체계가 정해진 바가 없다.

 

장애인 임산부는 ‘내 아이도 비슷한 장애를 가질 수 있을것에 대한 불안감’이 무척 큰 편이다.

 

이미 서울대병원은 유전질환을 가진 임산부를 대상으로 희귀유전질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풍부한 경험과 지식 인프라로 유전적 소인이 있는 장애를 가진 임산부에 대한 태아 진단 및 출생 후 치료에 대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희귀 질환 특성상 다양한 분과 의료진이 진료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진단 이후에도 수술 혹은 재활치료를 위해 각각 다른 병원을 찾아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와 관련 서울대병원은 희귀질환 관련 타과와의 협력 진료가 가능한 게 강점이다. 예를 들어 선천성 백내장처럼 산모의 장애 및 질환이 태아에게 유전될 수 있는 상황에서 다학제적 진료가 이뤄질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소견서가 없으면 내원이 어렵지 않나. 장애인 여성이 2번 의료기관을 찾는 것은 번거로울 것 같다. 이들은 소견서 없이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이용할 수 있나.

 

“아직은 어렵다. 현재 서울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를 받으려면 1단계 요양급여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에서 발급한 진료의뢰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이와 관련 장애인 환자의 진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진료의뢰서 없이도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요청한 상태다.”

 

-향후 목표는.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통해 여성장애인을 위한 안전한 임신·출산 환경을 제공하고, 나아가 생애주기별 여성질환 관리서비스를 통해 여성장애인의 건강을 증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장애인 환자의 1인실 건강보험 적용, 진료의뢰서 없이 진료가 가능하도록 장애친화 산부인과 운영을 뒷받침할 체계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료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장애인이 어려움 없이 장애친화 산부인과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중신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1989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병원 교육연구부장, 서울의대 교무부학장,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장 등을 지냈다. 현재 한국의학교육학회장,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대한의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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