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3명 중 1명이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자금이 부족해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경제적 부담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28일 통계청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청년의 결혼, 출산, 노동 등 10년간의 가치관 변화를 분석한 것으로 19~34세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 청년 결혼 생각은 '긍정'… 자금부족으로 안 해
지난해 기준으로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의 비중은 10년 전(56.5%)보다 20.1%포인트(p) 감소한 36.4%로 나왔다. 성별로 보면 남자는 43.8%, 여자는 28.0%로 여자가 남자보다 15.8%p 낮으며, 남녀 모두 10년 전보다 각각 22.3%p, 18.9%p 감소했다.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결혼자금 부족이 33.7%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17.3%), 출산·양육 부담(11.0%), 고용 상태 불안정(10.2%), 결혼 상대 못 만남(9.7%) 순으로 나왔다.
성별로 보면 미혼 남자가 결혼 자금 부족(40.9%)에 대한 부담이 미혼 여자(26.4%)보다 컸다.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답변에는 미혼 여자가 23.7%, 미혼 남자가 13.3%로 나타났다.
실제 최근 청년층의 경제적 부담감이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원금 감면이 확정된 20대는 4654명이다. 최근 5년 새(상반기 기준) 최대 수준이다.
또 올해 2분기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만 20대 이하 연령층의 연체율도 0.44%로 높았다. 19개 은행(시중·지방·인터넷은행) 대출을 분석한 수치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8년 3분기 이후 최고치다.
고용 불안정과 주거비 부담에 최근 금리 상승, 물가 인상 등이 겹치면서 청년층 부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현상들이 결국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는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80.9%의 청년이 비혼 동거에 동의했다.
전체 인구의 65.2%가 비혼 동거에 동의한 것으로, 연령계층별로 보면 남자 19~24세가 동의 비중이 높았다.
결혼생활에서 가족 간의 관계보다 부부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년의 비중은 60.7%로 10년 전(54.7%)보다 6.0%p 증가했다. 이 비중은 여자(65.8%)가 남자(56.1%)보다 9.7%p 높았다. 연령계층별로 보면 19~24세 55.2%, 25~29세 61.9%, 30~34세 65.6%로 연령계층이 높을수록 부부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높았다.
비혼에 대한 동의도 증가하고 있다. 과반(53.5%)의 청년은 결혼 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전체 인구 중 34.7%는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또한 결혼을 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의 비중은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39.6%가 비혼 출산에 동의했다. 남자(40.2%)가 여자(38.8%)보다 비혼 출산에 대한 동의 비중이 높았고, 19~24세(38.8%)의 동의 비중은 10년 전(26.9%)보다 11.9%p 증가했다.
입양 의사에 대한 인식은 10년 전보다 줄었다. 전체 인구 중 28.9%는 입양의사가 있지만 10년 전(42.5%)보다 13.6%p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청년 중 31.5%가 입양의사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10년 전(52.0%)보다 20.5%p 감소했다. 입양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입양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43.1%), 친자녀처럼 양육할 수 있을지 걱정되어서(37.6%) 순으로 나타났다.
◆ 이유 있으면 이혼…정부가 부모 노후 책임져야 해
이혼과 재혼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유가 있으면 이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청년 비중은 증가하고 있는데, 10년 전보다는 여자가 13.6%p로 남자(9.0%p)보다 크게, 25~29세가 14.2%p로 다른 연령계층보다 크게 늘었다.
반면, 재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청년의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는 모습이다. 재혼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청년 비중은 10년 전(67.5%)보다 8.8%p 증가한 76.3%이며,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재혼해야 하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청년 비중은 남녀 및 모든 연령계층에서 10년 전보다 감소했다.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년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에는 84.4%로 10년 전(59.7%)보다 24.7%p 늘었다. 실제로 부부가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하는 비중은 41.3%로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견해(84.4%)의 절반 수준이었다.
청년층 모두 육아 부담을 여성 취업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여겼다. 여성이 직업을 가지고 일할 경우, 가사와 관계없이 계속 일하는 것(74.0%)을 선호했으며, 출산 전과 자녀 성장 후(14.1%)가 다음으로 많았다.
청년 10명 중 6명은 가족과 정부가 부모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모의 노후를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미혼남자(28.4%)가 상대적으로 높으나, 가족·정부·사회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미혼 여자(66.3%)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부모의 노후를 가족이 돌봐야 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미혼청년(22.9%)이 배우자가 있는 청년(17.9%)보다 5.0%p 높았다.
청년이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은 수입이 35.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안정성(22.1%), 적성·흥미(19.1%), 근무환경(9.8%) 순이었다. 안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중은 10년 동안 감소세였다.
다만, 19~24세 청년은 25~34세 청년과 달리 직업 선택 시 안정성(19.9%)보다 적성·흥미(24.2%)를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다.
청년이 선호하는 직장은 10년 전 국가기관(27.7%), 대기업(19.6%), 공기업(19.3%) 순이었지만 2021년에는 공기업(23.2%), 국가기관(20.8%), 대기업(20.2%) 순으로 바뀌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