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아동학대 처벌 제외?…아동복지 관련법 개정 두고 의견 분분

'교권 4법',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 통과
교원단체, "교원 대상 무분별한 학대 신고 막아야"
아동 단체·학회, "아동학대 교사 면책 예외 안 돼"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교원단체와 교원노조 관계자들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국회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교권 강화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움직임을 두고 각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근 이른바 ‘교권 4법’의 국회 통과에도 불구하고 교원단체에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아동복지 관련법들까지 함께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아동관련 단체와 학회에선 아동학대 사건에서 교원 등을 예외 직군으로 두는 건 법 취지는 물론 국제적 기준과도 맞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아동을 보호·교육하는 다른 직군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도 반대 논리로 내세운다.

 

◆‘서이초 사건’ 두 달…국회 문턱 넘은 교권 4법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 교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교원단체의 목소리가 부쩍 높아졌다. 해당 교사가 여려 명의 학부모들로부터 부당한 민원에 시달려왔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교권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며 관련법 개정도 이뤄졌다. 국회에선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등 이른바 ‘교권 4법’이 지난 15일 교육위원회의 문턱을 넘었다. 같은 달 21일엔 법제사법위원회에 이어 본회의도 통과했다. ‘교권 4법’은 정기국회 1호 안건으로 다뤄졌을 만큼 국회 안팎의 관심도 높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교육부는 신속한 법 집행을 통해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교권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법안은 이름 그대로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행위를 막아 교권을 보호하자는 게 골자다. ‘교원지위법’엔 ▲아동학대 사안에 대한 교육감 의견제출 의무화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한 형법상 처벌 추가 ▲교육활동 침해 학생의 즉시 분리 ▲교육활동 침해 행위 신고 의무 ▲교원 직위 해제 요건 강화 ▲보호자 등에 관한 교육적 조치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초중등교육법’엔 ▲정당한 생활지도 면책 ▲민원 처리에 대한 학교장 업무 책임 부과 ▲보호자의 의무 신설 등의 내용이 새로 실렸다. 개정된 ‘유아교육법’과 ‘교육기본법’엔 각각 유아 생활지도권 신설, 보호자의 의무 신설에 관한 내용이 신설됐다.

 

◆“아동복지법·아동학대처벌법도 개정해야” 목소리


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교권 4법’ 통과만으론 교권 보호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교원단체들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등 아동 관련법에서 교사 등 특정 직군을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정당하게 생활지도를 하는 데 대해선 아동학대로 간주될 수 없도록 해달라는 얘기다. 이래야만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으로부터 교원들을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다.

 

교사들은 현행 ‘아동복지법’ 제 17조에 명시된 ‘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또 ‘아동학대처벌법’엔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를 조사·수사하기 전에 교육감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권 4법’이 통과된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아동학대처벌 관련 개정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의심만으로도 신고할 수 있으며 신고를 의무화한 ‘아동학대처벌법’과 과도하게 적용되는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조항은 현장의 정상적 교육활동을 위축시킨 장본인으로 지적받고 있다”면서 “교육부와 국회는 아동학대처벌과 관련한 법 개정에 적극적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권단체들은 다음달 집회를 열어 관련법 개정 촉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부 국회의원들도 이러한 내용에 동조해 법 개정에 나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지난 7일 대표발의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교원이 정당한 교육활동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행한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생생활지도로서 정서적 학대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을 경우엔 본법에서 말하는 정서적 학대행위로 보지 아니한다’는 단서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동 단체·학회선 “특정 직군 예외둬선 안 돼” 우려

 

아동관련 단체와 학회 등에선 교사 등 특정 직군을 아동학대 대상의 예외로 두자는 의견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교권 강화 방안엔 동의하지만 관련법 개정 움직임이 아동 고유의 권리를 해치는 결과를 낳아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한국청소년복지학회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생존・발달과 보호・성장을 위한 기본법으로, 정책상 아동을 최우선시하고 아동보호와 아동학대금지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법”이라면서 “교육현장이라고 해서 ‘아동복지법’의 아동학대 대상에서 아예 제외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학회는 이어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은 부모나 그 밖의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는 동안 모든 형태의 신체적・정신적 폭력 등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입법・행정 및사회적・교육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아동의 보호와 성장・발달을 목적으로 하는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특정 직군의 활동을 아동학대에서 제외하려고 하는 건 법 취지와 목적은 물론 국제적 기준에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법상 특정 직군을 위한 예외 규정을 두게 되면 다른 직군과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 정경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은 ‘아동복지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아동복지법’은 아동보호·지원 등 아동복지에 대한 일련의 사항을 기술한 법률로, 특정 직군을 위한 예외 규정을 명시할 경우 아동을 보호·양육·교육하는 타 직군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아동권리학회, 한국아동복지학회 등 주요 시민단체들도 지난 19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교권 침해를 막겠다는 대책이 아동 고유의 권리를 해치는 방향으로 추진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에서 “최근 학교 현장에서 발생한 비통한 사건들의 근본적 원인은 가해자의 부적절한 민원 및 이에 대한 학교 및 교육당국의 미흡한 대응과 지원체계”라면서 “교사의 권리를 보장하는 과정에서 아동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한다면 이는 아동 권리보장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교사의 교육활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학국아동권리학회 관계자는 “교사들은 정서적 학대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위험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해야 하며, 교사 또한 학부모와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포함한 모든 위험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면서 “최근 학교 현장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대책과 예방을 위한 노력은 아동과 교사 모두가 정서적 학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보다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논의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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