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85만명 연금 사각지대…받더라도 연금 수령액 부족

한국 노인 빈곤율, OECD 회원국 중 1위
64.4%, 월 50만원 이하…계속 근무해야

통계청의 ‘2016~2021년 연금통계’ 통계청 제공

 “은퇴한 지 한참 지났지만 언제까지 일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치료를 받으러 한의원 가는 횟수가 늘고 있지만 여력이 되는 한 일을 계속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천광역시에 거주하는 한 모(66)씨는 은퇴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하고 있다. 은퇴 전 가입했던 국민연금을 수급받고 있지만 와이프와 둘이 먹고 살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힘들지만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생활이 되지 않습니다.” 수원에 사는 김 모(65)씨는 벌써 5년째 폐지를 모아 고물상에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길가에 놓여 있는 폐지를 모으기 때문에 언제 사고를 당할지 모를 위험이 있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85만명이 연금을 받지 않는 ‘연금 사각지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이 1위인 우리나라 고령층이 연금에서도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16~2021년 연금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연금을 1개 이상 수급한 65세 이상 인구는 776만8000명으로, 수급률은 90.1%에 달했다. 통계청이 포괄한 연금은 기초(장애인), 국민, 직역(공무원, 군인, 사학, 별정우체국), 퇴직, 개인, 주택, 농지연금 등이다. 

 

 65세 이상 인구의 9.9%인 85만2000명은 연금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통계청은 약 10%에 달하는 미수급자에는 취약계층과 부유층이 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1위로, 고령층에게 연금 수급이 생계수단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의 ‘2023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0.4%를 기록해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호주(22.6%), 미국(21.6%)과 비교해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최저생계비와 비교해 연금 수령액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급자 개인의 월평균 수급액은 60만원으로 조사됐다. 전체 평균은 60만원이지만 수급 금액의 분포를 보면 개인 기준 50만원 이하 연금 수급자가 64.4%로 과반을 넘었다. 100만원 이하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89.1%로 높아졌다. 

 

 2023년 기준 최저생계비가 1인 가구 124만6635원, 2인 가구는 207만3693원인 점을 고려하면 연금 수급자 과반이 넘는 64.4%가 최저생계비의 절반이 안 되는 액수를 연금으로 받았다. 

 

 이와 같이 연금이 소득을 대체해 주지 못하다 보니 65세 이후에도 일하는 근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862만명 중 233만8000명이 4대보험 등이 적용되는 등록취업자로 집계됐다. 이 중 91.9%인 214만9000명이 연금을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주택을 보유하고, 특히 더 비싼 주택을 보유한 사람일수록 연금액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수급자 776만8000명 중 343만3000명이 주택을 보유했다. 가액 6000만원 이하인 주택을 보유한 사람의 연금액은 53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주택 가액이 높아질수록 연금액도 높아져 12억원이 넘는 주택을 가진 사람의 월 연금액은 155만3000원에 달했다. 반면 미보유자는 47만2000원으로 12억원이 넘는 주택 보유자보다 100만원 이상 연금액이 낮았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빠르게는 20대부터 50∼60대까지 수십년을 꾸준히 일하면 연금 보험료를 낸 사람이라면, 국가가 책임지는 연금으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지금의 연금으로는 그것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지속해서 논의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7일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심의·확정을 앞두고 있다. 이후 국무회의를 거친 종합운영계획안은 이달 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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