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현상은 국가의 존속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의제다. 출생아 수 감소에 따른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고, 급속한 고령화는 의료비 및 돌봄비용 증가, 연금 지출 확대 등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는 생산 가능 인구 감소, 노동의 질 하락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4년도 예산안 총괄분석’에서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2040년대엔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0%대로 떨어질 거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미래세대의 노인부양비 부담이 늘면 세대 간 갈등이 커질 수도 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최근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진단한 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짚어본다.
◆신생아 울음 그친 대한민국…합계출산율 0.7명대로 ‘뚝’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저치다. 10년 전인 2012년(1.30명)보다 0.52명(-39.9%) 급감했다. 합계출산율은 15~49세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일컫는 용어로, 출산력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다.
한국의 저출산 기조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국가는 한국뿐이다. 2006년 세계적인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교수는 "한국은 인구소멸 1순위"라고 지적했는데, 이러한 비관론이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모습이다.
어째서 출생아 수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걸까. 혼인 건수가 줄고 혼인을 하더라도 그 시기가 늦춰지고 있는 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혼인건수는 19만 2000건에 그쳤다. 지난 2015년 30만3000건을 마지막으로 30만건대가 무너지더니 이젠 20만건도 채 되지 않는다. 평균초혼연령은 남자 33.7세, 여자 31.3세로 올랐다. 10년 전에 비해 남자는 1.6세, 여자는 1.9세 상승했다. 출생의 약 96%는 혼인 출생인데 향후 혼인 건수 자체가 줄면서 향후 출생아 수 역시 감소가 불가피하다. 지난달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저출산 추이를 반영한 총인구 추계’ 보고서에서 “합계출산율 하락은 장기적으로 총인구 감소 및 학령인구, 병력자원, 근로 인구 등의 감소로 인구구조 변화를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5명 중 1명은 노인…초고령화 사회 목전
다른 한 쪽에선 급격한 고령화가 골칫거리다. 한국 사회는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이른바 ‘초고령화사회’로 들어선다. 기대수명증가,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층 진입 등에 따른 것이다. 초고령화사회로의 진입 속도가 전례없이 빠르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고령사회(총 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중이 14% 초과 20% 미만)’로 진입한 지 불과 8년 만에 ‘초고령 사회’가 되는 것이다.
특히 노인빈곤 문제는 일자리, 돌봄 등과 맞물린 최대 난제 중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고령자의 소득빈곤율은 43.2%에 달한다. 노인 10명 중 4명꼴로 중위 소득 50% 이하란 얘기다. OECD 국가 중 상대적 빈곤율이 40%를 넘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미국과 일본의 갑절에 이른다. 때문에 노인을 위한 일자리 마련에서부터 실효성 있는 연금 지원, 의료·돌봄 등 복지 정책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출산가구 '집 걱정' 경감 나선 정부…돌봄서비스 강화도
저출산 문제는 결국 경제적 문제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정부는 출산가구의 주거 부담을 덜고,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근로 환경을 개선하는 데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출산가구의 주거안정 강화를 위해 내년도 8조9432억원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내년 출산부부에 대한 신생아특례대출을 출시해 주택 구매 시 연 1.6%~연 3.3%의 저리(低利)로 최대 5억원까지 빌려준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주거지원 강화를 통해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이 보다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돌봄부담을 덜고 안정적 보육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도 적극 추진한다. 관련 분야의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23.7%나 많은 1조3245억원에 달한다. 시간제 보육 제공기관을 늘리고 영아반 보육료도 추가로 지원할 방침이다.
돌봄 서비스 강화를 통한 저출산 위기 극복 활동은 민관 협력을 통해서도 추진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보건복지부와의 손잡고 ‘365일 꺼지지 않는 하나돌봄어린이집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주말·공휴일형 어린이집’ 40개소를 선정하는 데 200억원을 지원한다. KB금융그룹은 교육부와 협업을 통해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KB금융은 2018년 교육부와 총 750억원 규모의 업무협약을 맺고 전국의 초등돌봄교실 및 국·공립 병설유치원의 신·증설을 지원했다. 지난해 말까지 1361개 학교에 2265개 초등돌봄교실을 마련했다. 이 밖에 정부는 육아휴직 강화 및 일·육아병행제도 강화에 2조1531억원, 부모급여 지원액 확대에 2조8887억원을 편성했다.
◆기초연금 예산 1.6조 더 늘려…노인일자리 100만 시대 연다
정부는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한 정책적 지원도 강화한다. 내년 노인복지 분야에 편성된 총예산은 25조6330억원으로 올해 대비 10.3% 늘어난 규모다.
우선 고령인구 증가, 기초연금액 상향 등에 따라 기초연금 예산을 1조6710억원 늘린 20조2000억원으로 잡았다. 기초연금액은 올해 32만3000원에서 내년 33만4000원으로 올라 더욱 두터운 노후생활을 지원할 계획이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사업엔 2조262억원을 편성했다. 정부는 올해 88만3000명인 노인일자리 수를 내년엔 역대 최대 수준인 103만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노후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여타 복지보다 고용을 창출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의 20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노인 일자리 100만명 돌파’를 제시한 바 있다. 이 밖에 정부는 내년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은 올해보다 2000명 늘어난 3만9000명으로 잡았다.
노인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한 국회 차원의 법개정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2020년 발의한 ‘노인복지법 전부개정법률안’은 5년마다 노인정책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계획의 수립 및 조정, 감독 및 평가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노인정책조정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녀 양육기간에 해당하는 기간엔 소득 단절을 막기 위한 법안도 논의 중이다. 같은 당 김병기 의원은 지난 9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자녀가 1명인 근로자는 61세, 2명인 근로자는 62세, 3명 이상인 근로자는 63세로 정년의 하한 연령을 높이자는 게 골자다. 이 밖에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지난 9월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노인일자리지원기관에서 생산한 물품의 우선구매를 요구하는 내용의 노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고령화에 잘 대비한다면 고령인구 증가가 오히려 의료, 교육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와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미래 성장동력 확보, 복지·성장의 선순환이라는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