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디스is뉴스] 포스코의 배신…포항 지역사회 발칵

-성남에 미래기술硏 설립 확정… 포항 본원보다 24배 큰 규모
-정치권 시민단체 ‘반발확산’… “지방소멸 가속, 명백한 역차별”

서울 포스코센터의 모습. 뉴시스

 

‘고향을 등지다?’

 

포항을 연고로 둔 포스코가 사실상 미래기술연구원의 수도권 분원 설립을 확정하자 지역사회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 성남시에 따르면 이날 포스코홀딩스는 4차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경기 성남시 위례지구 도시지원시설용지 기업추천 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이에 따라 포스코홀딩스는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창곡천 일원에 각각 4만9308㎡(용지2), 6503㎡(용지3)의 부지를 매입할 방침이다. 2027년 준공목표로 교육연구시설, 업무시설, 의료시설 등이 세워진다. 특히 용지2 부지는 준공 후 10년간 건축물 전체를 포스코홀딩스가 수도권연구개발센터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른바 포스코홀딩스의 미래기술연구원 수도권 분원인 셈이다.

 

미래기술연구원은 인공지능, 2차전지, 수소 및 저탄소 연구를 중점으로 맡고 있는 친환경 기술센터다. 포스코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핵심 부문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사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2021년 본사 수도권 이전 문제로 포항지역과 마찰을 일으킨 바 있다. 결국 지난해 2월 지자체·시민단체 등과 협상했고 지난 4월 포항산업과학연구원(포항시 남구 지곡동) 제4연구동 1층을 임대·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2300여㎡ 규모의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본원을 개소했다.

 

국민의힘 김병욱(포항남울릉)·김정재(포항북구) 의원에 따르면 미래기술연구원 수도권 분원은 포항 본원보다 24배 큰 규모로, 땅값만 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사업비까지 합산하면 조단위의 대규모 투자다. 이 탓에 포항을 등진 행위라고 지역사회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지방소멸을 가속화한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김병욱 의원은 “포스코가 서울, 인천, 성남 등에 핵심 인력을 집중하려는 것은 지역 사회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며 포스코를 일군 지역 희생에 대한 배신”이라며 “지금처럼 서울과 수도권에만 올인한다면, 포스코에 대한 포항과 포항시민의 오랜 믿음은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1인 피켓시위까지 진행했다. 

 

김정재 의원도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대원칙을 역행하는 처사이며, 포스코의 발전을 위해 포항시민이 흘려온 피와 땀을 배신하는 지역갈등 조장행위”라며 “미래기술연구원 수도권 분원 설치계획을 즉각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포항지역 시민단체들도 성명서를 연이어 발표했다.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본원 주소만 포항에 두고 위례에 미래기술연구원을 세우겠다는 계획으로 이는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역행”이라며 “실질적인 포항 본원 체계를 구축하고 수도권 본원 조성 계획은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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