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서민 지원 강화…상반기 돈풀기 집중 우려도

서민 생계비 부담 완화 방안. 기획재정부 제공

 ‘상반기 중 2%대 물가 달성’을 목표로 정부가 11조원 달하는 재정 지원에 나선다. 역대 최고 수준의 관세 인하를 통해 과일 가격을 안정화하고, 공공요금도 상반기 동안 동결한다. 올해 1학기 학자금 대출 금리를 동결하고 학자금 대출 연체 가산 이자율도 대폭 낮춘다.

 

 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물가 관리·대응 예산을 지난해보다 1조8000억원 늘어난 10조8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정부는 3%대에서 오르내리락 하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연간 목표치인 2.6% 수준까지 빠르게 낮추기 위해 농축 수산물에 대한 할인 지원, 에너지 바우처 지급 확대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 주요 식품 및 원자재에 대해 7500억원 규모의 할당 관세를 적용하고, 유류세 및 발전 연료 개소세를 인하하는 등 세제 지원도 강화한다.

 

 우선 지난해 하반기 물가 상승을 이끌었던 과일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역대 최고 수준의 관세 면제·인하를 시행한다. 바나나와 파인애플, 망고, 자몽 등 신선식품과 사과 농축액, 과일퓌레 등 가공식품에 1351억원 상당의 관세를 지원해 상반기 중 30만톤을 도입한다. 채소, 축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 대파와 건고추, 양파, 닭고기, 달걀 가공품 등 총 6만톤에 대한 할당 관세도 도입한다.

 

 주요 생필품 용량을 변경할 때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고, 소비가 많은 40여개 의약품의 가격도 주기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슈링크플레이션(기존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크기와 중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것)과 같은 꼼수 가격 인상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나아가 정부는 민생 부담을 완화하려고 중앙·지방 공공요금을 상반기 동안 동결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 시 물가 안정 기여 노력과 성과 정도를 가점으로 반영하는 등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물가 안정을 도모하고자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착한가격업소’를 연내 1만개로 확대한다.

 

 정부는 학자금과 의료비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핵심 생계비를 경감하기 위한 대책들도 내놓았다. 올해 1학기 학자금 대출 금리를 1.7%로 동결하고, 학자금 대출 중 생활비 대출의 한도도 연 35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의 대출 연체 가산 이자율도 월 1.2%에서 0.5%로 0.7%포인트 낮춘다.

 

 경제정책방향에는 개인 채무 조정을 위한 ‘단계별 금융 서비스’도 포함됐다. 정부는 재정 및 금융권 기여 등을 통해 지난해 9조8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의 서민금융을 지원하고, 근로자 햇살론 등 대출 한도 증액도 올해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 신속 채무조정 등 채무조정 특례와 개인워크아웃에 따른 공공 기록 등재 기간 한시 단축도 올해 말까지 연장한다. ‘신속 면책제도’를 전국 지방법원으로 확대해 회생이나 파산 신청을 한 국민의 재기를 적극 지원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상반기에 집중해 편성된 재정 지원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외 변수에 따라 물가가 언제라도 변동할 수 있기 때문에 상반기 물가 대책에 집중하고 하반기부터 내수 진작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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