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談談한 만남] 라엘 백양희 대표 “‘360도 여성 웰니스’ 비전 중심…5년 내 글로벌 퍼스널 케어 브랜드로”

라엘 백양희 대표 (사진=김두홍 기자)

 라엘은 한인 여성 3명이 미국에서 창업해 출발한 글로벌 기업으로 여성을 위한 ‘우먼 웰니스 케어’ 브랜드다. 이민자, 여성 등의 제약을 뚫고 업계 1위를 거머쥐었다는 창업 스토리도, 해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의 가치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8일 라엘의 대표이사이자 비즈니스 총괄을 맡은 백양희 대표(CEO)와 만나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백양희 대표는 한국 콘텐츠를 미국으로 가지고 가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2006년 유학길에 올랐다. MBA 진학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LA지사를 거쳐 디즈니 영화 배급팀 디렉터로 7년 넘게 일했다. 하지만 더 새로운 도전, 새로운 영감에 대해 목말라 했다.

 

 그러던 중 원빈나 최고 제품 책임자(CPO), 아네스 안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와 라엘을 만들었다. 비즈니스인으로 ‘한류’를 연계하고 싶었던 열망을 새로운 시장 개척에 활용한 것이다. 백 대표는 “한국의 생리대 제조 기술, K뷰티 기술을 미국에 소개하는 것도 하나의 한류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출발점을 짚었다. 

라엘 백양희 대표 (사진=김두홍 기자)

◆유기농 생리대로 거둔 ‘美 아마존 1위’

 

 라엘은 유기농 생리대를 앞세워 성장했다. 2017년 아마존 론칭 6개월 만에 유기농 생리대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대표 제품은 1초에 8개씩 판매되는 ‘유기농 순면 커버 생리대’다. 2019년부터는 아마존 전체 생리대 카테고리에서 대기업 브랜드를 제치고 계속 1위을 유지하고 있다.

 

 식료품의 ‘유기농(organic)’은 수십 년 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뷰티도 마찬가지다. 반면 여성용품 생산 과정에 대한 관심은 수년 전에야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생리대 광고도 변화했다. 파란 액체로 피를 대체해 표현했던 과거와 달리 미국에서는 빨간 핏빛을 사용해 광고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백 대표는 “터부시하던 주제가 논의되고 있다. 여성의 인권을 찾을 수 있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과정”이라고 바라봤다.

 

 유기농 생리대가 여성의 가장 민감한 부분이 닿는 커버를 유기농 순면으로 만들었다면, 기존 생리대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커버를 사용한다. 라엘의 경우 국제 유기농 인증인 ‘OCS(Organic Content Standard)’ 인증을 받은 텍사스산 100% 유기농 순면커버를 사용하고 있다. 독일 더마테스트 피부 시험을 완료했고 VOC 테스트, 알러지 유발물질 테스트를 통해 신뢰를 쌓았다.

 

 국내 생산 생리대는 성능도 뛰어나다. 유학생들은 국내에서 생리대를 대량 구매해 유학길에 오른다. 라엘은 이러한 강점을 살려 한국 제조업체를 통해 제품을 개발, 제작해 해외에서 판매하고 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제품 중 미국 소비자를 겨냥할 수 있는 제품 등 트렌드를 맞춰가며 국내 제품과의 컬래버도 진행한다. 한국과 미국의 시너지를 내는 방법이다. 현재는 월마트, CVS, 월그린 등 대형 유통사를 포함해 13개국 1만8000개 매장에 입점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백 대표는 “스타트업을 창업,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성장을 위한 단계마다 늘 큰 장애물들을 극복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돌아봤다. 타깃 입점 당시, 바이어의 제안으로 패키징과 브랜딩을 새롭게 업데이트 해야 했다고.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첫 진출을 하기 위한 마케팅, 뷰티 론칭 후 여성용품과의 마케팅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까지 한 부분도 놓칠 수 없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 이슈로 재고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선주문을 받았으나 한국에서 배가 출발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백 대표는 “1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공급망이 상당히 불안정했기 때문에, 사업과 수익에 있어서 재고 관리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짚었다.

 

 시장을 개척해 브랜드를 키웠다. 백 대표는 “(아마존 1위 소식에) 처음 들었던 생각은 ‘감사함’이었다. 첫 론칭만 해도 브랜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자금적 여유가 없어 아마존 광고와 리뷰에 의존했다. 유명하지 않았던 저희에게 기회를 주고, 많은 분이 좋은 리뷰를 지속해서 남겨 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라엘 백양희 대표 (사진=김두홍 기자)

◆제품력·스토리…라엘의 강점

 

 ‘아마존 1위’의 비결을 묻자 ‘제품력’을 첫째로 꼽았다. 온라인 쇼핑의 특성상 고객의 리뷰가 중요하다. 라엘은 이를 강점으로 만들었다. 아마존에 23만개 이상의 5점짜리 리뷰를 보유했다.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데이터다. 고객의 리뷰 분석을 통해 지속적인 제품 업그레이드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백 대표는 “초반에 별 다섯 개짜리 리뷰를 많이 남겨 주셨다. 건강한 성분으로 성능까지 만족시키다보니 더 주목받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유기농 순면커버 생리대의 경우 벌써 7번 째 업그레이드 됐다. ‘어떻게 더 좋은 제품으로 보답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고 있다.

 

 두 번째는 스토리다. 여성 청결제부터 건강기능식, 뷰티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건강을 위한다’는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제품을 진화하면서 그 자체로 브랜드 파워가 됐다. 론칭 초기 한국 기술을 이용했다는 점, 이민자인 여성들이 모여 창업했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경쟁 브랜드와 비교해 라엘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은 라엘이 추구하는 ‘360도 우먼 웰니스 케어’다. 여성의 호르몬 주기 4주 동안 내내 동반자 역할을 하고자 한다. 백 대표는 “라엘은 독보적인 길을 가고 있다. 페미닌 케어와 뷰티를 함께 추진하고 있는 브랜드는 라엘 뿐”이라고 강조하며 “페미닌 케어뿐 아니라 여성의 건강한 일상과 삶에 필요한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10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라엘 밸런스’ 론칭에 이어 지난해 4월 미국에서 먼저 선보였던 뷰티 브랜드 ‘라엘 뷰티’를 리뉴얼 출시했다. 제품 이외에도 웰니스 캠페인, 여성건강에 대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행해 여성 고객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

 

 백 대표는 “여성들이 호르몬 변화로 인해 겪게 되는 트러블 등 문제점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더 클린하고 성능이 좋은 제품으로 해소해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답했다. 호르몬 주기로 인해 발생하는 성인 여드름 문제, 민감성 피부를 다스리기 위한 뷰티, 스킨 케어 솔루션 등을 론칭하게 된 배경이다.

 

 브랜드 가치인 ‘360도 워먼 밸런스 케어’를 미국에서는 ‘홀리스틱 사이클 케어(Holistic Cycle Care)’라고 칭한다. 현지에서는 이미 웰니스 기업으로 진화해가고 있다. 2018년 미국에서 먼저 론칭한 스킨케어 브랜드 ‘라엘 뷰티’의 시작은 호르몬 주기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팩과 여드름 패치였다. 지난해에는 ‘미라클 클리어 스팟 젤 트리트먼트’로 미국 뷰티 전문매체 얼루어에서 ‘베스트 뷰티 어워드’에 꼽히기도 했다.

라엘 백양희 대표 (사진=김두홍 기자)

◆국내시장, 건기식·뷰티로 ‘360도 우먼 밸런스’ 본격화

 

 올해 국내 시장에서는 본격적으로 건강기능식품과 뷰티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백 대표는 “미국에서는 라엘 뷰티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페미닌 케어 브랜드 ‘라엘’과 스킨케어 브랜드 ‘라엘 뷰티’의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여전히 라엘이 중심이지만 올해는 ‘라엘 밸런스’의 성장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리더십과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인재의 소중함을 경영 철학으로 짚었다. “탄탄한 임원진, 팀장 라인을 꾸리면서 직원들의 역량과 조직문화를 향상하려 한다”고 설명한 백 대표는 “모든 직원이 회사 비전을 명확히 이해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우선순위와 전략을 실행해야만 효과적인 업무가 된다. 또 직원 한 명 한 명이 모두 슈퍼파워를 가졌다고 믿는다. 본인이 가진 잠재력을 200% 보여줄 수 있도록 회사가 도와주고 격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라엘은 현재 미국과 한국, 두 지역에 법인을 운영하며 북미, 유럽, 아시아에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향후 미국 법인은 유럽 시장 확장에, 한국 법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진출에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향후 목표도 뚜렷하다. ‘360도 여성 웰니스 브랜드’란 비전을 안착시켜 5년 이내에 글로벌한 퍼스널 케어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라엘’이라는 브랜드명을 듣고 어떤 카테고리든 믿고 살 수 있도록 신뢰 형성에도 중점을 두고자 한다. 그는 “지속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가진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 초심을 잃지 않고, ‘mission driven’한 조직문화를 유지하며 고품질 생활소비재(CPG) 회사로 키워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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