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살려낼 터”…태영건설, SBS 지분까지 내걸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에서 열린 워크아웃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SBS도 담보로 하겠다.”

 

태영그룹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 개시를 위해 지주사인 TY홀딩스와 방송사인 SBS의 지분까지 담보로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태영건설 사옥에서 열린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에서 “채권단 여러분의 지원만 바라지 않고 저희가 해야 할 자구 노력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만약 그래도 부족하면 지주회사인 TY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해 태영건설을 꼭 살려내겠다”고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

 

윤 창업회장은 “워크아웃 신청 후 열흘 남짓 기간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을 성실하게 이행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 이행 논란을 자처하기도 했지만, 다시 자구안을 마련했다. 오해와 혼란을 드렸던 점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시공능력평가 16위 건설사인 태영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를 막지 못해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3일 은행과 증권사 등 직접 채권자와 새마을금고, 상호금융기관 및 PF 사업장 대출 보증채권자 등을 대상으로 채권자협의회를 열었다.

 

이후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원(TY홀딩스 지분 1133억원, 윤석민 회장 지분 416억원)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의 자구책을 내놨다. 하지만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중 890억원을 태영건설이 아닌 지주회사인 TY홀딩스의 연대 채무 상환에 사용하면서 비난을 받았다. 결국 태영그룹은 지난 8일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채권단이 미이행했다고 판단한 890억원을 투입했다.

 

또 TY홀딩스는 이날 계열사와 사주 일가로부터 총 430억원을 차입했다고 공시했다. 계열사 블루원으로부터 100억원을 1년 기한으로 단기 차입하고, 윤세영 회장의 딸 윤재연 블루원 대표에게 SBS 주식 117만2000주를 내년 7월8일까지 담보로 제공하고 330억원을 빌렸다. 이자율은 연 4.6%다.

 

윤 창업회장은 “이미 제출한 핵심 계열사인 에코비트 등 주요계열사 매각 또는 담보 제공 등 나머지 자구계획도 충실히 이행하겠다"며 “모든 것을 걸고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특히 부실한 PF 사업장을 정리할 뜻도 내비쳤다. 윤 회장은 “저희 욕심이 과다했던 탓이 크고, 고금리와 부동산경기 침체 같은 요인 때문에 기존 PF 대출의 롤오버가 안 됐기 때문”이라며 “PF 사업장 중에 정리해야 할 곳이 분명히 있다. 정리할 곳은 과감히 정리하고, 건실한 사업장들은 살려서 사업을 잘 마무리하겠다”고 전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태영을 살리겠다는 오너의 헌신 내지는 확신을 받을 만한 것이 있어야 한다”며 “산업은행에서 구체적인 자구계획과 관련해 상당한 진정성 있는 내용을 논의 중이고, 이것이 정리돼야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결론 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태영그룹이 추가 자구안을 발표하면서 워크아웃 개시가 급물살을 탔다.

 

채권자협의회는 11일 개최된다. 워크아웃을 개시하려면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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