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체감 경기가 약 2년 만에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소상공인, 전통시장 활성화 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고금리·고물가로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이 이어지면서 내수 활성화를 위한 보다 다양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1월 체감 경기지수(BSI)는 48.1로 전월보다 10.9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2년 2월(37.5) 이후 23개월 만의 최저치다.
전통시장 1월 체감 BSI도 전월보다 9.3포인트 내린 40.4로 2022년 3월(40.3)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지난달 18~22일 소상공인 2400개와 전통시장 13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다. 수치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호전됐다고 보는 업체가 더 많고, 100 미만이면 악화했다고 보는 업체가 더 많다는 의미다. 설 명절을 앞두고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업체들이 실제로 느끼는 경기는 그만큼 나빴다는 얘기다.
소상공인의 1월 체감 BSI를 조사 부문별로 보면 판매실적(매출)은 48.0으로 전월 대비 12.4포인트 하락했고 구매 고객 수는 49.9로 11.9포인트 내렸다. 자금 사정은 51.5로 12.9나 떨어져 좋지 않다.
전통시장도 판매실적이 35.9로 14.1포인트 하락했고, 구매 고객수(39.0), 자금 사정(45.1)은 각각 10.2포인트, 10.6포인트 내렸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현재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설정하도록 한 것을 폐기하고, 평일에 휴업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불안감도 커진 상황이다.
소상공인은 체감 경기가 악화된 사유(복수응답)로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감소(46.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날씨 등 계절 요인(18.8%), 유동 인구·고객 감소(18.4%) 등이 었다.
전통시장 역시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감소(39.1%)와 유동 인구·고객 감소(26.95), 날씨 등 계절 요인(19.9%) 등을 꼽았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2월 경기 전망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소상공인의 2월 전망 BSI는 65.2로 전월 대비 14.3포인트나 하락했다. 2월 전망 BSI는 지난해 2월 이후 1년 만의 최저치다. 반면, 전통시장의 2월 전망 BSI는 73.2로 전월보다 2.0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설 명절과 신학기 기대가 호전 요인으로 작용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2024 소상공인 경영 전망 실태조사’ 결과, 올해 경영 전망에 대해 74.8%는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8.0%,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답변은 17.2%였다.
올해 경영 악화를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로는 경기 악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71.2%)이 가장 많이 꼽혔고 이어 부채 증가 및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상승(56.8%), 고물가에 따른 원가 상승(55.8%) 등 순이었다.
가장 필요한 소상공인 지원 정책으로는 소상공인 금융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률이 96.3%로 가장 높았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경기 위축과 소비 둔화에 따른 매출 감소와 수익 저하에 더해 고금리라는 ‘트리플’ 악재 상황이 겹치며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1052조원으로 또 한 번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소상공인 경영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수 활성화와 고비용 구조 해소를 원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확인된 만큼 소상공인의 활력 회복을 위한 종합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금융 부담을 낮추기 위해 에너지·고금리·세부담 ‘응원 3대 묶음’,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소득공제율 한시 상향(40→80%) 등의 정책을 선보였다.
올 1분기 중 영세 소상공인 126만명에 업체당 전기료 20만원씩 지원하고, 상생금융·재정지원(2조3000억원) 등을 통해 이자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