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속설도 생겨났다. 농담반진담반으로 폭발적인 전기 출력으로 인한 급격한 가·감속 때문에 일부 오너들이 멀미약을 챙겨 먹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신차들은 전기차의 장점인 폭발적인 힘과 내연기관의 안락함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BMW의 대명사이기도 한 5시리즈의 전기차 모델인 i5가 좋은 예다.
기자는 최근 서울∼의정부 구간 및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각각 5시리즈 i5와 i5 M60를 시승해봤다. 앞서 일반 도로 약 75㎞에 이르는 시승에 이어 트랙 주행을 통해 성능을 비교해볼 수 있었다. 트랙주행은 일반도로에서 시도할 수 없는 다양한 드라이빙 위주로 주행할 수 있다.
두 차례의 시승을 진행해본 결과 내연기관 이상의 장점들로 가득했다. 전기차 특유의 조용함과 폭발적인 가속, 그리고 내연기관 못지않은 부드러운 승차감이 일품이었다. 제조업체가 얼마나 전기차의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였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에는 급격한 가·감속이 진행되면서 뒷좌석 탑승객은 물론 때때로 운전자 역시 전기차 운전에 대한 어지러움을 호소하곤 했다. 이런 부분은 대중화 측면에서 전기차의 대표적인 단점으로 꼽혀왔다.
흔히 액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뗄 때 회생제동이 진행돼 ‘전기차 느낌’이 나기 일쑤지만 BMW i5와 i5 M60는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전기차 모드로 변경하고 급가속을 시도하자 비행기가 나는 듯한 속도감을 제공했다. 이어 급제동을 시도해본 결과 고급세단의 내연기관에는 비유할 수 없겠지만 상당히 진보된 감속능력을 보여줬다. 코너주행에서도 급격한 쏠림 없이 완만한 승차감을 유지했다.

부스트 패들도 운전 재미를 더한다. 10초 동안 부스트 타임이 제공되는데, 이때 가속하면 더욱 강력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영화음악 작곡가로 유명한 한스 짐머가 프로듀싱한 사운드가 청각까지 만족시킨다.
주행거리도 준수하다. 1회 충전시 i5와 i5 M60는 각각 384㎞, 361㎞까지 주행이 가능해 국내에선 거리 걱정 없이 출발할 수 있다. 더욱이 BMW는 i5 출시를 계기로 국내 충전 인프라 확장에 앞장서고 있다. BMW는 지난해까지 충전기 보급 누적 대수를 1119대까지 늘렸다. 전년 대비 28% 증가한 양이다.
힘도 엄청나다. i5 M60 모델은 듀얼 전기모터를 탑재해 최고출력 601마력, 81.1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제로백이 단 3.8초에 불과할 정도로 괴력의 성능이다. 5시리즈 내연기관 모델인 523d는 최고출력 197마력, 최대토크 40.8kg.m으로 제로백이 7.3초다. BMW는 5시리즈의 최상위모델에 전기차를 포진시켰고, 향후 더욱 안착할 그린시대를 준비하는 자세를 보여줬다. i5시리즈는 1972년부터 이어진 5시리즈의 역사를 재정립하는 기념비적인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점은 분명하다. 일반 직장인이 다가가기엔 어려운 가격대다. i5와 i5 M60는 각각 9390만원~1억170만원, 1억3890만원으로 판매가를 책정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