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양강 체제를 구축한 미국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BYD)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각각 ‘프리미엄’과 ‘가성비’를 앞세워 전체 시장의 30%를 넘는 점유율을 보이는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조금씩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월~11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 총 대수는 약 1242.7만대로 전년 대비 약 38.6% 상승했다. 그 중 BYD는 전년 동기 대비 60.8% 성장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지켰다. 테슬라는 160만대 이상을 고객에게 인도하며 전년 동기 대비 43.8% 성장률을 기록했다. 점유율은 BYD와 테슬라, 폭스바겐이 각각 20.6%, 12.9%, 7.1%로 전년과 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자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무서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BYD는 단순히 전기차 브랜드가 아니라 배터리 제조사로서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테슬라와 경쟁하고 있다. BYD의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2023년 4분기 처음 테슬라의 판매량을 넘어서며 분기판매 1위에 올랐다.
테슬라는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 실적도 부진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은 251억7000만 달러(약 33조6000억원), 주당순이익(EPS)은 0.71달러(약 948원)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243억 달러(약 32조4000억원)보다 3% 증가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8.2%로, 전년 동기 16%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올해 전망도 밝지 못하다. 지난달 전년도 실적 발표 자리에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가격 인하에도 올해 매출 증가가 둔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후 테슬라의 주가 하락폭은 2020년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적인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도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라앉은 수요와 과열된 경쟁이 만든 결과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를 두고 “전기차에 있어 중요한 한 해가 험난한 출발을 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이 15%를 넘어서면서 얼리어답터의 초기 구매 수요 완결로 인해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초기 시장에서 주류시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는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도 조금씩 격동의 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아이오닉 5·6, EV6, 니로, 코나를 주력으로 51만대 이상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13.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이 예고된다. 지난해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은 총 9만4340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전기차 시장에서 7.9%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65만4888대를 판매한 테슬라로 55.1%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