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매일같이 즐겨 마시는 커피는 커피나무의 열매 속 씨앗을 발라내 세척·건조·발효·로스팅 후 얻은 원두, 즉 커피콩을 곱게 갈아 뜨거운 물에 푼 음료다.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긴다. 보통의 열매는 과육을 먹고 씨를 버리기 마련인데, 왜 커피나무는 그 반대일까? 커피 열매에는 독이라도 있는 걸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커피 열매 역시 먹을 수 있는 과일로 분류된다. 색과 모양이 베리나 체리를 닮아 ‘커피베리’ 또는 ‘커피체리’로 불린다. 심지어 잘 익은 커피 과일은 당도가 딸기보다 높다고도 한다.
다만 비슷한 크기의 베리류와 비교해 과육이 적은데다 수확 후 바로 발효가 시작되기 때문에 신선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유통에 어려움이 있다. 결국 별 어려움 없이 쉽게 얻을 수 있는 커피콩만을 발라내 사용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본래 인간도 커피 열매를 먼저 먹었다는 사실이다. 커피의 기원은 7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프리카에서 염소가 커피나무의 빨간 열매를 먹고 흥분한 채 밤에도 잠들지 않자 각성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먹기 시작했다.
그후 잘 익은 커피베리를 으깨 동물성 지방에 섞어 작은 알맹이로 만들어 먹기도 했다. 고칼로리 에너지원으로 효과가 있어 부족 간 전쟁 시 전투력을 높이기 위한 식품으로 섭취한 것이다. 외국에서는 커피 과육을 벗겨 햇빛에 말린 후 물에 우려 차처럼 마시기도 한다. 이것을 ‘카스카라차’라고 부르는데, 커피보다 카페인 함량이 낮아 수면에 방해를 주지 않으면서 달콤한 과일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한국 식약처는 커피베리 자체와 가공한 형태의 커피 과육을 아직은 식품원료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카스카라차를 비롯해 커피베리 성분이 들어간 식품을 정식으로 맛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내 커피 애호가들이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커피베리의 영양성분과 섭취 후 효능은 어떨까? 서양권 국가는 몇 해 전부터 커피베리를 슈퍼푸드로 소개하며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해오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건강 전문 미디어 ‘헬스라인’은 지난 2020년에 ‘커피 과일은 무엇인가?(What is Coffee Fruits?)’란 제목으로 커피 과일이 항산화, 두뇌 활성화, 지방 분해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집중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커피베리에는 활성산소를 없애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클로로겐산, 갈산, 루틴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관련 추출물을 일정 기간 섭취할 경우 세포 손상과 만성 질환이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20명의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커피 과일 추출물을 하루 800mg씩 4주간 섭취하게 하자 체내 항산화 상태가 개선된 것이다. 또 노인 그룹과 과체중 그룹의 경우도 일정 기간 섭취하게 한 결과 각각 두뇌 반응 시간이 빨라지고 체지방과 복부 지방이 감소했다.
이처럼 커피나무 열매에는 노화를 부추기는 활성산소를 줄여주거나 다이어트에도 부분적으로 도움이 되는 영양성분이 들어있다. 식품공학과 농업기술이 더욱 발달하여 커피베리 역시 시중의 다른 과일처럼 언제든 맛볼 수 있게 되거나 커피 과육 추출물의 식품화에 성공한 미국 등 해외 사례처럼 한국에서도 다양한 먹거리에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최용국 한국커피창업사관학교(KCSA) 대표 겸 컨설팅학 박사는 현재 스페셜티커피협회(SCA), 이탈리아바리스타스쿨(IBS), 국제커피테이스팅협회(IIAC), 센톤(SCENTONE) 등 커피 관련 국제 인증 기관의 전문 트레이너로 활동 중이며 현직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이자 공원커피신문 발행인이기도 하다.
<최용국 한국커피창업사관학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