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정부의 밸류업 외침에 응답하라, 2552 상장기업!

 주식 투자의 고수 워런 버핏은 “10년 이상 보유할 주식이 아니면 10분도 투자하지 마라”고 말했다. 그 역시 10년 이상 보유하지 않은 주식이 있을 테지만 어떤 종목에 처음 투자할 때 이러한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는 의미의 투자 조언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주식 투자의 전설이라는 호칭까지 얻은 그가 우리 주식 시장에서도 이러한 조언을 할 수 있을까.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테마주, 그리고 단타로 돈을 벌어야 성공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우리 주식 시장에서 이러한 투자 조언을 하면 머쓱해질 테다. 

 

 올 초 저PBR(주가순자산비율) 테마주로 한 차례 증시를 휩쓸었던 ‘밸류업 프로그램’이 지난달 26일 공개됐다. 국내 증시의 저평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증시 부양 정책이다. 핵심은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낮은 주주 환원 문제를 해결해 증시 부양을 이루겠다는 내용이다. 

 

 한국의 증시가 저평가되는 이유는 자명하다. 인구 감소, 북한 리스크 등을 차치하고서라도 한국의 기업, 즉 2552개에 달하는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에 투자할 만한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기업의 순이익 대비 주주환원율은 18%로, 미국(97%), 유럽(77%), 일본(35%)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주요 기업들은 물적 분할을 통한 자회사 상장을 남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상장기업의 회계 투명성도 낮아 한국 주식 시장의 신뢰도를 떨어트린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지난해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보면 한국은 64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특히 회계 부문에선 6.71점으로 47위를 기록해 하위권에 속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보다 뒤처졌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개되면서 비판의 화살은 대체로 금융당국에 쏠렸다. 기업의 자율성에 맡겨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놓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면서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국민들조차 우리 기업이 강제성이나 유인책이 없으면 주주 환원을 할 리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뼈아파야 할 대목이다. 국내 기업 대부분은 지금껏 주주를 외면한 채 이익만 추구하며 성장했다. 

 

 이런 가운데에도 자발적으로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놓는 기업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중장기 주주환원율 목표와 방법을 내놓자 주가는 이에 화답하며 크게 상승했다.

 

 미국 주식 시장에선 밸류업의 정석을 보여준 기업이 있다. 바로 메타 플랫폼이다. 이 기업은 ‘빅테크7’으로 불리는 미국의 기업 중 대장주인 엔비디아를 제외하고 저점 대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새로운 사업이 부재해 성장률이 둔화되던 시기에도 비용을 감축해 이익을 올렸고, 이를 주주에게 돌려줬다. 자사주 소각에도 집중하며 2022년에만 전체 상장 주식 수가 4.6% 감소했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떤 방법으로든 안정적인 매출이 가능한 기업이 강력한 비용 축소 의지를 바탕으로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늘리면 밸류업은 멀지 않다”고 강조했다. 

 

 공은 이제 기업에 넘어갔다. 아직 미완성인 ‘밸류업 프로그램’은 시간이 지나면서 정교해지고 나아질 테다. 이제 정부의 밸류업 외침에 기업이 응답할 때다. 높은 수준의 소유와 지배의 괴리로 지나치게 낮았던 주주 환원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상적인 기업의 지배구조란 기업의 결실을 지분에 비례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배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선 기업 최대 주주와 경영자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인식과 관행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 주주들도 기업의 잘못된 경영과 주주 환원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정부의 밸류업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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