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하면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를 결정했다. 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탈출했지만 추가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엔저에 투자하는 ‘엔테크(엔화+재테크)’ 흐름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22일 일본은행은 지난 19일부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찬성 다수로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 변경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은 –0.1%였던 정책 금리를 ‘금리가 있는’ 0~0.1%로 끌어올렸다.
일본은행의 통화 정책 정상화에도 불구하고 엔화 투자에 대한 관심은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마이너스 금리 해제 조치에도 일본 엔화 가치는 지난 20일 4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NHK는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지만, 추가 금리 인상은 서두르지 않아 완화적인 금융환경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고 엔화 약세 배경을 분석했다.
여전히 낮은 환율이 엔테크 열풍에 불을 지피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원·엔 환율은 지난해 12월 말 912.7원에서 올해 1월 말에는 901.9원으로 낮아졌고, 현재는 879원대에 거래 중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2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거주자의 엔화 예금 잔액은 98억6000만 달러로 한 달 새 4억6000만 달러 증가했다.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해 11월 99억2000만 달러, 같은 해 12월 97억 달러, 올해 1월 94억 달러로 하락하다가 지난달 3개월 만에 반등한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엔화 예금이 지난해 하반기 꺾였다가 2월에 다시 늘었는데 엔저에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에 따라 늘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의 엔화 상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2일 상장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상장지수펀드(ETF)는 일주일 만에 개인 순매수액이 145억원을 넘어섰다. 이 상품은 금리 인하에 따른 미국 국채 가치 상승과 일본 엔화 가치 상승에 따른 수혜를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주식 투자자 순매수 2위에 이름을 올린 상품은 미국 30년 국채에 투자하는 일본 상장 ETF(4억4640만 달러)였다. 이 상품은 지난달 기준 해외 주식 투자자 순매수 4위(1억7478만 달러)에 오를 정도로 투자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엔선물 ETF는 최근 한달간 순자산이 128억원 늘어났다. KB자산운용의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도 471억원 유입됐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향후 엔·달러 환율 향방은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와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보다 지연될 가능성에 주목할 것으로 판단한다”이라며 “2분기까지 엔화 약세 이후 연준의 금리 인하와 함께 점진적인 강세 전환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달러 환율 하락과 금융정책 정상화 시에도 일본 정부와 금융기관의 정책 수혜 업체 중심의 대응도 가능할 전망”이라며 “올해 일본은 비과세 제도가 강화됐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도 추가되는 만큼 정책 관련주가 투자 아이디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