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연금개혁, 무사 안착을 기원하며

 

 지난해 프랑스에서는 62세였던 정년퇴직 연령과 연금 수급 시기를 2살 늦춘 64세로 하자는 정부의 연금 개혁을 규탄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열 차례 넘는 시위가 열렸고, 3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지지율이 떨어질 게 뻔했고 야당의 반발도 거셌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연금 개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연금 개혁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커지자,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표결 없이 입법안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헌법 제49조3항을 발동하면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 개혁을 강행한 이유는 연금 적자 때문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프랑스는 이대로 가다간 2030년 연금 적자가 135억 유로(약 19조원)에 달할 것이고, 개혁하면 177억 유로(약 25조원)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프랑스는 연금 개혁 법제화를 이뤄냈다. 

 

 우리나라 역시 전 세계 유례없는 저출산을 맞닥뜨린 상황에서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현재 개혁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국민연금은 일할 수 있는 세대들이 낸 돈으로 은퇴한 세대를 부양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는데, 여성 1명당 아기 1명을 낳지 않는 시대가 오면서 수급자와 가입자의 비율이 맞지 않게 됐다. 연금의 선순환이 힘들어졌다. 국민연금 기금이 지금으로부터 31년 후인 2055년에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불안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소득 없는 노후, 예기치 못한 사고라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보장제도다. 은퇴 전까지 소득의 일정 비율을 적립해 운용하고, 은퇴 후 사망하기까지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내는 돈’인 보험료율이 9%고,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40% 수준이다. 월 소득의 9%를 내면 연금을 받을 시기에 평균 소득의 40%를 받는다는 의미다.  

 

 9%인 보험료율은 1988년부터 지금까지 단 세 차례 올렸다. 단계적으로 올릴 계획이었지만 2008년 경제 위기가 온 상황에서 정부도 국회도 국민의 눈치를 보게 되면서 누구 하나 능히 건드리지 못했다.  

 

 예견된 미래였다. 기대수명은 증가했고 전쟁국가와 비슷한 저출산 수준을 보이면서 인구구조의 심각성은 더해갔다. 개혁의 필요성은 커졌지만 움직임은 작았다.

 

 2007년도 노무현 정부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험료율을 12.9%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60%에서 50%로 낮추자는 국민연금법 개정을 추진했다. 유 장관은 지금 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후세대에 부담이 간다고 주장했지만 안건은 부결됐고, 이를 책임 지겠다며 장관직을 던졌다. 결과적으로 소득대체율만 40%로 단계적 조정되는 부분 개혁만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 때는 연금 개혁에 손도 대지 못한 채 지나갔다. 

 

 현재 연금 개혁은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 국회의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소득대체율을 포함해 의무가입연령과 수급연령 등 조정에 나섰다. 여야는 국회 임기 종료 전인 5월 말 전까지 연금 개혁 합의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현 정부 내에서 개혁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제대로 보여줘야 할 때다. 국민연금공단의 한 관계자는 “개혁 안은 충분히 제시됐고, 이해집단 간의 양보와 타협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모든 세대를 만족시킬 수 없는 상태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시간을 끌수록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건 미래 세대다. 긴 시간이 걸렸지만 지속가능한 연금개혁이 이번에는 무사히 안착할 수 있길 바란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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