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1분기 실적 양호 전망...커지는 부동산PF 우려

5개사 1분기 합산순익 흑자 전환
PF 위험노출액 30조1000억 달해

여의도 증권가 전경. 뉴시스

 올해 1분기 증권사들은 지난해 4분기 적자에 따른 기저효과, 증권 거래대금 증가 등으로 양호한 실적을 올릴 전망이다. 그러나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되고 부동산 업황의 불황이 이어지는 점 등은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을 불안 요소로 꼽힌다.

 17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1분기 키움·삼성·미래에셋·NH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 등 5개 증권사의 합산 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선 26% 떨어진 9395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변동 폭이 큰 것은 지난해 채권금리 급락에 따른 채권 평가이익이 크고, 대규모 대체투자 관련 비용 등이 대규모 반영된 기저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등 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1분기 실적에 반영하면서 개선될 전망이다. 1분기 국내 증시의 총 거래대금은 1306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2% 증가했고, 일평균거래대금은 21조1000억원으로 30% 늘어났다. 1분기 월간 일평균 거래대금 역시 1월·2월·3월 각각 19조4000억원·22조4000억원·22조7000억원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절대적인 이익 수준은 양호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증시 거래 대금 증가로 양호한 브로커리지 실적이 기대되며 전 분기 비용이 선반영된 효과로 이익 훼손 정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활황에 힘입어 기업공개(IPO) 시장도 개선되는 추세다. 1분기 IPO 기업의 상장 시가총액 합계액은 220조원을 기록해 전 분기보다 133% 개선됐다. 

 

 김재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기저효과와 함께 우호적인 영업 환경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실적 회복 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 발표에 앞서 이미 주주환원확대 행보를 보인 기업 중심으로 저가 매수를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 지연에 대한 우려와 지난해부터 이어진 해외투자자산 평가손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는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요소로 지적된다. 실제로 신용평가사들은 부동산 PF 대출을 보유한 증권사에 경고음을 울렸다. 한국신용평가가 발표한 ‘금융업권 부동산 PF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본PF 19조5000억원, 브릿지론 10조6000억원 등 30조1000억원에 달했다. 한신평이 제시한 가장 낙관적인 ‘연착륙 시나리오’로 따져 봐도 대형 증권사 9개사는 평균 12%, 중소형 증권사 17개사는 평균 31%의 추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안 연구원은 “1분기 PF대출채권 유동화증권(ABSTB, ABCP)의 발행금액은 40조원을 기록했다”며 “부동산 PF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유동화증권의 신규 및 차환발행이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도 “부동산 시장의 경우 여전히 위축되면서 전체 증권사의 신용공여잔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PF 관련 신사업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분석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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