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고통 연말까지 이어진다…시장금리 오르고 ‘대출 조이기’ 압박까지

-주담대 혼합 금리 상단 5.8%…신용대출도 고금리 부담
-美기준금리 인하 시점 점차 연기…9·11월 인하도 불확실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 뉴시스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쉽게 잡히지 않으면서,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지고 있다. 이에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대출자의 금리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러한 고금리 기조는 올해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대출자의 시름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3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480∼5.868%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 석 달 전 1월 31일(연 3.450∼5.825%)과 비교해 상단이 0.043%, 하단이 0.030% 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다만 이 상승 폭은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0.078%포인트·3.853→3.931%)보다 작다. 일부 은행에서 3월 가계대출 감소 등에 대응해 일시적으로 가산금리 등을 인하해 금리 상승 충격을 흡수한 결과로 보인다.

 

 신용대출도 마찬가지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는 3개월 사이 연 4.200∼6.200%에서 4.300∼6.330%로 상·하단이 0.130% 포인트씩 올라갔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연 3.850∼6.838%)의 경우 상단은 0.184% 포인트 높아졌지만, 하단이 0.220% 포인트 낮아졌다.

 

 최근 금리가 전반적으로 재상승하는 것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한 전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1월 말 당시만 해도 5월, 늦어도 6월이면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인하 예상 시점이 계속 연기되더니 최근에는 9월과 11월 인하조차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속속 제기된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 금리와 함께 시장 금리도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장중 연 4.708%로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일 “4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당시에는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그널(신호를)을 줬다고 생각해 하반기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제로 통화 정책을 수립했다”며 “그러나 이후 미국의 경제 관련 데이터가 좋게 나오면서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미국 데이터에 따라 변할 것이기 때문에 (인하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2022년 8월부터 시작된 통화 긴축, 고금리 환경이 연말까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노동시장 수급이 정상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실업자 1명당 일자리 수는 1.32개로 코로나 이전 1.2개보다 많아 여전히 임금 및 인플레이션 지표가 울퉁불퉁하게 전개될 수 있다”며 “고금리 환경에서 저소득층 가구는 대출을 통한 지출에 압박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앞으로 가계 소비지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하반기 1~2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나아가 고금리에도 가계대출 확대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개별 은행의 대출 수요 억제 목적의 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은 2일자로 주택담보대출 5년 주기 변동금리를 0.15% 포인트 인상했고, KB국민은행은 앞서 지난달 30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10% 포인트 높였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4월 말 기준 698조30억원으로, 3월 말(693조5684억 원)보다 4조4346억원 확대됐다.

 

 지난 3월에는 2조2238억원 감소해 2023년 4월(-3조2971억원) 이후 11개월 만에 첫 감소(전월 대비)를 나타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큰 폭으로 반등하며 상승세로 전환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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