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대출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에서 30일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소호) 대출 총액은 1조35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말(9870억원) 대비 3690억원(37.4%) 급증한 수치다.
이 기간 중 개인 사업자 대출 총액은 314조6860억원에서 322조3690억원으로 2.4% 증가했으나, 연체가 더 빠른 속도로 늘어 5대 은행 평균 연체율이 0.31%에서 0.42%로 뛰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의 개인사업자 연체는 지난해 1분기 말 173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2640억원으로 52.6% 증가했다. 연체율은 0.20%에서 0.29%로 상승했다. 신한은행은 연체가 2150억원에서 2660억원으로 23.7% 늘고, 연체율이 0.33%에서 0.40%로 올랐다. 하나은행도 2410억원에서 2770억원, 0.41%에서 0.47%로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우리은행의 경우 연체가 1650억원에서 2030억원으로 22.7% 늘고, 연체율이 0.32%에서 0.40%로 높아졌다. NH농협은행은 연체가 1930억원에서 3460억원으로 79.3% 증가하며 5대 은행 중 연체 규모가 가장 크게 늘었다. 연체율 역시 0.36%에서 0.63%로 크게 뛰었다.
은행권의 자영업자 연체가 증가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던 대출 만기가 점차 돌아오면서 상대적으로 상환 능력이 부족한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상환 여력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기 소상공인 등에 대해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등 정책적 지원이 이뤄졌지만, 최근 들어 지원 규모가 줄어든 점도 연체 증가의 이유다.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빚 상환 여력이 낮은 소상공인 등의 연체는 증가할 공산이 크다. 예금은행의 중소기업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코로나 19 초기인 2021년 1월부터 8월까지 연 2.82%~연 2.93% 선에서 형성됐지만 지난 1월 중소기업대출 금리는 연 5.28%에 달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높은 대출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영업자의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